하루가 멀다고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학교 폭력의 문제는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서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정부의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 대책과 지역 대책 및 협의회가 마련되고 있다.
학생들 대부분 생활공간은 학교와 집이다. 그러나 맞벌이로 바쁜 부모와 수업과 서류업무에 눈코 뜰 새 없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이상행동과 감정 하나하나를 살펴, 문제를 바로잡고 예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학교 폭력의 해결을 위해 교육 당국과 학부모의 관심을 통한 예방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건전한 학교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 또한 요구된다.
그렇다면 긍정적이고 건전한 학교문화란 어떤 것일까? 학교폭력근절 대책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창의적 체험활동’ 내실화를 제안하고 있는데,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지나친 교과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활동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폭넓은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다양한 체험중심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인지적, 정의적, 심동적 기능을 골고루 갖추도록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 또한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쌓아야 할 하나의 스펙으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우려의 마음이 있다.
‘창의성과 폭넓은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위한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단순한 스펙 쌓기가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연과 공존하는 전 지구적 시각까지, 아주 미시적 관점에서 거시적 관점으로의 사고의 확장을 도울 수 있는 창의적 체험 도구는 무엇일까?
식물을 기르는 공간과 행위는 단순히 논, 밭에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그것은 삶의 다양한 요소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사는 인간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와 같고 그 여정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삶을 가꾸고 돌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원예활동이 아동의 인성, 사회성, 스트레스, 문제 행동, 창의성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오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재배활동을 통해 협동성, 도덕성, 사회성 및 교우관계가 함양됐으며, 부모들도 재배활동에 참여한 아동들이 식물의 성장과 생명에 대한 신비함과 소중함을 인식하게 되고, 바른 몸가짐과 말씨를 쓰고 예절을 더 잘 지키게 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원예활동을 통해 친구 간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가 학교폭력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면, 이 또한 농업활동이 학교 폭력예방 및 해결을 위한 접근의 근거가 된다고 하겠다.
그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2012)의 연구에서도 옥상에 설치한 상자 텃밭을 이용해 재배활동을 한 초등학생들에게 협동성이 증가했다는 보고도 이뤄진 바 있다.
그러나 단순히 농촌체험농장, 교육농장 등의 일회성 방문행사가 아니라 식물생장의 전 과정을 경험함으로써 생명체를 돌보고 책임감을 가지는 정의적(情意的) 체험이 포함된 농업의 전 과정이 현재 우리 사회에 있어 큰 화두로 던져진 학교폭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로 여겨진다.
특히 도심의 삭막한 콘크리트 아파트 빌딩 속에서 숨을 쉬고, 흙을 밟을 수 없는 우레탄 운동장에서 하루를 보내는 우리의 학생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창의적 체험활동 도구는 단연 도심에서 이루어지는 농업, ‘도시농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순진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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