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보다 더 무서운 ‘원청업체 횡포’

도내 하청업체 10곳 중 6곳 “구두발주·단가 후려치기 등 여전”… 경영난 몸살

화성의 기계부품업체 A사는 최근 원청업체가 6개월 동안 대금결제를 해주지 않으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A사는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원청업체가 거래처를 교체할 경우 회사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 ‘전전긍긍’ 하고 있다.

 

용인의 전자부품업체 B사는 최근 발주물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원청업체 말만 듣고 납품단가를 5% 가량 인하했다. 그러나 B사의 원청업체는 납품물량을 되레 20% 가량 줄여 3천만원 상당의 손해를 보게 됐다.

 

대형건설사 협력업체 C사는 원청업체가 계약한 공사 외에 추가 공사를 요구해 진행 중이지만 작업 개시 6개월이 지나도록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아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을 경우 공사 대금 등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원청업체들이 서면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해 와도 하청업체들은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직도 멀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영세 하청업체들이 원청업체의 횡포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경기도내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제조업종 6만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2010년도 하반기 하도급거래실태를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이 원청업체의 횡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하청업체들은 원청업체 의존비율이 높아 원청업체의 횡포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의 83.4%가 원사업자 1곳과 거래하고 매출액의 60% 이상을 의존하는 비율이 95.2%에 달했다.

 

또 하청업체의 65.4%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하도급을 수주해 원사업자에 ‘절대약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업체의 주요 횡포 사례로는 지연이자 미지급(9.9%),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미지급(8.9%), 물품구매강제·부당결제청구(8%) 순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법위반 업체는 원사업자(41.3%)보다 1차 협력사(46.5%), 2차(53.2%), 3차 (55.5%) 순으로 1차 이하의 협력사 간 불공정거래가 심했다.

 

하청업체의 한 관계자는 “영세 하도급업체는 하도급 대금이 조기에 집행되지 않으면 자금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납품대금 지급의 법정기일을 앞당기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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