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 왕따, 학원폭력, 자살과 관련한 이슈들이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친구들의 따돌림 때문에 자살한 친구를 막지 못한 죄책감에 빠진 나머지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제2, 제3의 베르테르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 학생들은 자살 전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지만 친구들끼리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대답을 듣고 상심했다는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
단순히 한 선생님과 학생간의 문제라기보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0년 10~19세 청소년 자살자는 353명으로 10대 청소년이 하루 한 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셈이다. 2008년까지는 교통사고가 10대 청소년 사망의 주요 원인이었으나, 2009년부터는 자살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자살시도를 하는 비율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자살충동을 지속적으로 느낀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에 청소년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내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10년 경기도 10대 청소년 자살건수가 86명으로 전국 대비 24.4%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할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다. 우선 청소년기는 급변하는 신체적, 정서적 그리고 지적 변화를 겪는 격동의 시기이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경우 학업에서 오는 부담감은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한 또래들과의 관계, 가정불화, 이성문제 또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자살을 일으키는 가장 커다란 요인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장애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개인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 견고한 지지체계를 갖고 있지 못한 청소년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고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하기보다 자살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도피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교폭력과 왕따와 같은 집단 괴롭힘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자살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최근 가장 심각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 자살을 비롯한 학원폭력 문제는 비단 오늘만의 일이 아니며, 상당히 오랜 기간 만연되어왔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당국은 ‘학교폭력 신고 활성화를 위해 전용전화를 만들겠다’, ‘전문상담사를 투입해 학교폭력예방교육과 생명존중교육을 강화하겠다’, ‘전담 경찰관제를 운영하겠다’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청소년 자살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한 두가지 대책으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정책을 논하기 전에 우선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개인주의를 타파할 수 있도록 가족간의 대화, 교사와 학생간의 대화 채널을 활성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연계하여 학교와 가정을 통한 자살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올바른 가치관형성을 위한 인성교육을 실시하게 된다면, 청소년이 느끼는 소외감을 해소시켜주고 자존감을 향상시켜줌으로써 궁극적으로 자살을 예방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추가적으로 상담기관을 통해 청소년 자살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구축될 때에 비로소 청소년들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고, 교사들 또한 순기능적 역할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청소년 스스로 자기 자신이 소중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생명존중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최성일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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