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도 살림밑천” 고물상 찾는 서민들

불황에 유리병·고물 모아 생활비 보태… 폐지수거 어르신들 한숨 늘어

의왕에 사는 주부 S씨(48)는 보고 난 신문이나 구멍난 옷을 버리지 않는다.

 

한 달 동안 집에서 나오는 폐지, 유리병, 의류 등을 차곡차곡 모아 고물상에 팔면 한 달에 한 번 가족들과 치킨 파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씨는 지난해 3월 아파트 경비로부터 주민들이 분리수거 한 재활용품들을 팔아 운영비에 보탠다는 말을 듣고 폐품 팔기를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요즘은 가족들도 습관이 돼 작은 전단지 한 장까지 폐품 박스에 넣으면서 각자 자기 간식값은 벌고 있다.

 

S씨는 “남편 월급은 멈춰있는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막막하다”며 “고물을 팔아 한 달에 1만5천원 정도를 받기도 어렵지만 생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서 좋다”고 전했다.

 

이처럼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 경제가 팍팍해지면서 폐지, 헌 옷 등을 고물상에 팔아 생활비에 보태는 가정이 늘고 있다.

 

7일 도내 고물업계에 따르면 가정에서 많이 나오는 고물인 파지는 1㎏당 130원, 페트병 1㎏당 160원, 의류 및 침구류 1㎏당 500원 선에 매입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가족 단위로 고물상을 찾는 고객들이 지난 2010년에 비해 10~20% 증가했다.

 

과거에는 폐지를 수집하는 노인들이 고물상의 주된 고객으로 여겨져왔지만 최근에는 승용차를 이용해 폐지, 유리병 등을 종류별로 20~30㎏만큼 모아 오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더욱이 이사를 준비하는 일부 가정에서는 고철값이 오른 점을 고려해 노후된 TV, 컴퓨터 등의 가전제품을 버리지 않고 고물로 팔 정도로 고물상을 찾는 서민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고물업계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고물 수거상이나 노인 등이 주택가 또는 도로 변 등에서 폐품을 수거하기가 힘들어져 내부에서도 고물 줍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정도다.

 

수원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K씨(67)는 “구리 등 고철 등을 제외한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폐품은 일반인이 더 많이 팔러 온다”며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까 사람들이 한 푼이라도 모으려고 집에 있는 폐품을 밖에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준기자 wshj222@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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