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군의 신전략 맞춰 국가안보 점검해야

지난해 10월 21일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제5회 한미동맹컨퍼런스 ‘동아시아의 새로운 안보질서와 한미동맹’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1조 달러의 적자와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베트남전 이래로 경험한 적이 없는 대규모의 경제적 재정적 고통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방예산의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미국이 건국이래 국방예산을 감축하는 조치는 처음으로써 어쩌면 미국의 쇠퇴기(the decay of USA)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표현을 했다. 이러한 그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바로 미국의 신국방전략이었다.

 

1월5일 미국의 신국방전략의 핵심은 ‘2개 주요 전쟁 동시 수행’을 포기하고 지상군을 감축하며, 해·공군 위주로 재편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탈냉전 후 미국은 두 곳의 주요 전구(戰區)에서 지역 전쟁을 수행한다는 2MRC(2 Major Regional Conflict) 전략을 갖고 있었다.

 

이른바 ‘윈-윈(win-win)’ 전략이다. 하지만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방예산을 줄이고 전략을 새로 만들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 지침을 발표하면서 이 2MRC 전략을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2MRC 전략은 모든 전력을 투입해 두 지역의 전쟁에서 모두 승리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젠 미국도 국내경제위기 앞에서는 국익을 우선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신국방전략지침은 ‘윈-스포일(win-spoil)’ 또는 ‘원 플러스(one plus)’로 표현할 수 있는데,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지면 한 곳에서 승리하되 그때까지 다른 전쟁은 억지 상태를 유지하면서 유휴전력을 이전하여 승리를 추구한다는 개연성에 근거하는 전략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이 국방비를 1천억 달러씩 투입하면서 국방력이 급부상하자 미군 전력의 중심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될 수 있는 동북아정세다.

 

그러므로 새로운 ‘원 플러스’ 혹은 ‘윈-스포일’은 오히려 한반도를 더 중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으나 우리로서는 ‘자주국방’의 국방력 증강이 시급한 시대상황임을 인식해야한다.

 

미국도 신국방전략지침 첫머리에 한반도 안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으나 이 상황은 한반도의 불안정이 증가한다고 재해석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당사자인 우리로서는 안보상황분석과 대비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특히 미군의 감축계획은 우리에겐 가장 예민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미국 언론은 육군을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해병대는 20만 명에서 18만6천명으로 줄이고 해·공군도 9만명 줄인다고 했으니 이와 연계한 각종 군사작계가 재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한미동맹차원에서 유사시 약속한 69만명의 동원계획에도 변화가 없는지를 재확인하고 필요시 올해 제44차 한미안보협의회에서 문서화해 불필요한 안보불안을 제거해야 한다.

 

아시아 중시정책의 명시는 중국의 군비증강을 대비한 것이다.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금 우리정부의 최우선 대책은 미·중 관계에서 오는 군사적 갈등이 우리안보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예견하고 이에 따른 각종 우발사태를 대비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군사동향 분석과 도발억지력 유지에 주안을 두고 철저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한미동맹차원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정부는 미국의 전략 전환과 관계없이 2015년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국방개혁은 가속화해야 한다. 작전지휘체계를 단일계선화하는 상부지휘구조 개선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고, 전력 현대화에 박차를 가해야한다. 하지만 국방개혁법안이 지난해부터 국회에서 표류하는 상황을 보면 과연 국방안보를 생각하는 정치지도자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하게 된다.

 

안보는 결코 정쟁의 대상물이 아닌 것이다. 국방을 책임진 지도자들이 미국의 신전략과 연계한 대비책과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이 환수되면서 다가올 안보변수를 치밀하게 계산하여 우리의 ‘신국방전략’을 미리미리 수정·보완·점검해야 할 것이다.

 

장순휘 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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