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 보면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사고경위, 사고차량, 발생시간 등이 적혀 있고 마지막에는 ‘사례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항상 나오는 현수막이지만 이 현수막을 걸기까지 교통사고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며, 얼마나 억울하기에 연락처까지 남기며 현수막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협회에서 보험과 관련한 상담을 하는데 가장 많이 문의하는 부분이 자동차사고 관련이고 뺑소니, 무보험차에 의한 피해자를 지원하는 정부보장사업이 주를 이르고 있다.
앞에 말한 현수막의 주된 내용도 뺑소니사고 또는 교통사고 가·피해자를 정하는 문제일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해 몸을 다치고 차가 망가진 것도 억울한데 상대방이 도망가거나 자신이 가해자라고 몰리게 되면 그 억울함은 몇 배가 될 것이다.
자동차보험 보상담당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블랙박스’가 종종 화제에 오른다. 사고 때문에 경황이 없는 당사자들과 순간의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들(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이분들조차 찾기 어렵다)의 진술에 의한 업무처리는 아무래도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데, 블랙박스로 촬영한 사고 동영상을 이용하면 피해보상 등이 명확해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상직원들도 블랙박스가 장착된 차량 사고 건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서도 블랙박스의 장점이 자주 나온다. 차량과 관련된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블랙박스 만한 게 없다는 것이다.
최근 새차를 구입한 김모씨는 출근하려다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날 세워놓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차의 왼쪽 범퍼가 쑥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큰 맘 먹고 차를 바꾼터라 탈 때나 내릴 때 차를 한 바퀴 돌아보는 습관이 생긴 김씨는 밤새 헌차로 바뀐 차를 보면서 한숨만 내쉬었다고 한다.
아파트 관리실에 물어봐도 그곳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답변만 듣고는 얼울한 맘에 하소연이라도 할량으로 차를 판매한 자동차 회사 직원과 통화를 했는데 “차량에 블랙박스 설치해 놓은 거 모르셨냐”며 한걸음에 달려와 확인해 주어 범인을 잡았다며 즐거워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 듯 교통사고 시비를 가르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되거나, 주차해 놓은 차와 추돌한 후 몰래 도망간 차량을 잡는데 유익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도로 위의 불법주차 등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자료로 사용되는 등 다양한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최근 들어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차량이 많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운전자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라는 생각에 마음이 든든해질 뿐 아니라 블랙박스를 설치한 이후 운전을 하면 할수록 새롭지만 가장 중요한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안전운전” 습관이라고 한다.
블랙박스에는 자신의 운전행태도 그대로 저장되기 때문에 운전습관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교통신호를 철저하게 지키며 과속도 안 하는 등 스스로 안전운전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블랙박스는 사고 후에 그 시시비비를 가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안전운전 습관이 모든 운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착된다면 사고를 미리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동우 손해보험협회 수도권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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