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한잔에 새우잠… 24시 패스트푸드점 ‘불편한 손님’

전철역 노숙인들 추위피해 “피곤한 몸 녹이자” 몰려

업소들 “그래도 손님인데… 무작정 나가라 못해요”

경기지역 24시간 패스트푸드점들이 콜라 한잔에 밤을 지새우는 노숙인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날씨가 급격히 떨어지자 기차역 등에서 쫓겨난 노숙자들이 1천600원가량 하는 콜라 한잔을 무한정 리필하며 따뜻하게 밤을 지새울 수 있는 24시간 패스트푸드점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29일 새벽 1시께 수원역 인근 A패스트푸드점.

 

지상 1~2층으로 구성된 이 패스트푸드점 한쪽 구석에는 노숙자로 추정되는 5명가량의 사람들이 음료 1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몸을 기울이고 새우잠을 청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의자에 발을 올려놓고 대자로 누워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곤한 몸을 녹이며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 있었으며, 일반 손님들은 이들을 피해 반대방향 테이블에서 식사와 음료를 즐기고 있었다.

 

겉보기에도 행색이 초라한 한 50대 여성 노숙자는 “새벽 시간대에는 사람도 별로 없고 1천원가량하는 콜라를 하나 시켜놓으면 배도 채울 수 있고 따뜻하게 밤을 지새울 수 있어 자주 찾아온다”고 말했다.

 

점원 L양(19)은 “매일 새벽마다 5~10명 정도의 노숙자들이 찾아와 콜라 한잔을 시켜놓고 잠을 잔다”며 “겉모습만 보고 뭐라 할 수도 없어 그저 없는 사람들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8일 새벽 2시께 광명시 철산역 인근 B패스트푸드점도 상황은 마찬가지.

 

약 120㎡가량인 이곳에는 2~3명의 초라한 행색을 한 노숙자는 물론,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 끊긴 취객들 10여명이 테이블 하나씩을 간이침대로 삼아 잠을 청하고 있었으며, 신발까지 벗고 소파에 돌아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점원 P군(21)은 “아예 바닥에 신문지 등을 깔고 자는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이들도 음료를 구입한 손님이기에 무작정 나가달라고 할 수 없다”며 한숨지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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