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강 철새 실종사건… 범인은?

남한강변 주민들 “물고기 줄고 강변에 체육시설·공원 조성… 철새 쉼터 사라져”

서울국토청 “조사 의뢰할 것”

“매년 겨울철이면 오리와 고니 같은 철새가 2천여마리씩 찾아와 장관을 연출했는데 올 겨울에는 찾아보기가 어렵네요.”

 

여주군청 옆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20여년 동안 민물매운탕집을 운영해 온 이은순씨(64·여)는 “4대강 공사를 하면서 하천바닥을 파내 먹잇감인 물고기가 줄어든 탓인지 철새가 사라졌다”며 겨울철 진객인 철새들의 군무(群舞)를 못보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 했다.

 

여주 남한강은 수십년 동안 철새들의 쉼터가 돼 매년 겨울철이면 시베리아 등지에서 수만 ㎞를 날아온 멸종위기 종인 고니와 천연기념물인 왜가리와 원앙을 비롯, 가창오리, 흑두루미 등 20여종의 철새들이 이 곳 남한강에서 겨울을 보냈지만 올해는 철새들이 오지 않고 있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주민들은 철새가 사라진 원인이 4대강 공사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준설공사 때문에 강변의 모래가 사라지고, 야구장과 축구장 등 체육시설 및 공원이 조성돼 철새가 머물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이 급변하자 여주 남한강을 찾았던 철새는 개체수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줄어든 상태다.

 

남한강변 주민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철새의 먹이인 물고기 수가 줄어들어 철새들이 군무를 하는 진귀한 풍경이 사라진 것 아니겠느냐”고 추정했다.

 

남한강 생태계를 연구해 온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정 교수는 “남한강 여주 양섬은 그동안 철새들의 낙원으로 쉼터와 둥지를 틀며 머무르는데 최적의 공간이었다”면서 “하지만 이 곳을 인간들이 빼앗아 체육시설과 휴식공간으로 바꿔 놓으면서 철새들이 외면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두 번의 겨울이 지나 철새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한강을 떠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철새들이 그동안 강바닥의 수심이 얕은 습지에서 수초 등을 먹으며 영양을 보충했는데, 이제는 수심도 깊고 물고기 수도 현저히 줄어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철새들이 남한강을 외면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최근 여주군청 뒤편 남한강에는 철새 개체수가 많이 감소했으나, 이포보 등지에는 4대강 사업 전보다 철새들이 많아진 것으로 안다”며 “철새가 감소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문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주=류진동기자 jdyu@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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