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아방궁’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세종재단 전신 일해재단 영빈관이 26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구촌체혐관으로 탈바꿈해 ‘한-베트남 수교 20주년 기념 특별전시회’가 열리면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성남시 수정구 시흥동 한국국제협력단에서 전동차 또는 도보로 5분 가량 이동하면 아름드리 노송들로 둘러싸인 단층 건물(330.57㎡)이 눈에 들어온다.
‘현대판 아방궁’이라 불릴 정도로 화려한 외형은 아니었지만 잘 단장된 골프장과 테니스장, 수영장 등 건물 주변의 풍광은 이날 눈까지 내려 특정인이 혼자 누리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해재단 영빈관은 전두환 대통령이 1983년 미얀마 아웅산묘소 폭파사건으로 순직한 수행원 유족들의 생계 지원과 장학사업을 위해 국민 성금으로 일해재단을 설립한 뒤 2년 후에 건립됐으며 부속부지가 8만5천900㎡에 달한다.
지난 1988년 초 일해재단 강제모금 파문이 일면서 재단 측이 그 해 4월 취재진에게 단 한 차례 공개된 이후 굳게 문을 걸어 잠갔던 영빈관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우리로부터 원조를 받는 국가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영빈관 내부는 원래 고급 샹들리에와 원목가구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지만 코이카 지구촌체험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난 3개월간 5억여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과거 호화로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8일부터 베트남 전시 ‘Tinh Ban 천년의 우정’이 마련된 지구촌체험관은 개관이후 5일동안 1천여명이 방문하는 등 일반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구촌체험관 입구로 들어서 안내데스크 맞은 편 카페테리아에서는 연유와 베트남커피가 혼합된 ‘카페스아’를 비롯한 베트남식 커피와 고기와 채소를 양념한 후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기름에 튀긴 ‘짜조(간 고기 말이)’, 채소와 고기를 넣어 볶은 베트남식 볶음국수 ‘퍼싸오’ 등 베트남 음식을 맛 볼 수 있다.
대형 용이 하늘로 승천하고 있는 복도 양편에는 세미나실과 체험실이 있는데 20여명의 어린이들이 베트남 음식 ‘꼬이꾸온’을 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들고 있었다.
베트남 음식 만들기 체험교실은 1인당 5천원의 재료비와 시식 비용을 내고 인터넷을 통해 일주일 전에 예약(대상 만 5세~초등학생)해야 이용이 가능하다.
복도를 지나 왼쪽으로 들어서면 우리 기술로 되살아난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후에 왕조의 황궁이 3D디지털 영상으로 복원돼 있으며 베트남 문화와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체험관이 마련돼 있다.
자녀와 지구촌체험관을 방문한 정모씨(39)는 “자녀들에게 직접 가볼 수 없는 나라들을 지구촌체험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려고 이 곳을 방문했다”며 “과거 27년 동안 베일에 싸인 영빈관이 뒤늦게나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체험·문화 공간으로 활용돼 다행스럽다.”라고 말했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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