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작년 10월말 원서접수가 마감된 중국 공무원 시험의 서류심사에 통과한 사람이 123만 명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직책은 국가민족사무위원회의 민족이론정책연구실 과학연구관리처 주임 및 그 이하 직책으로 무려 39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경쟁률이 1000 대 1을 초과한 직책도 46개에 달했고 전체 평균 경쟁률은 68.7 대 1에 달했다.
# 몇 해 전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한 여대생이 설에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다 좌절한 끝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녀가 남긴 일기가 지방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당시 중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일기에는 ‘임시직 자리 하나 구하는 것조차 너무 힘든 현실에서 졸업하면 편한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부모님을 뵐 낯이 없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처럼 중국의 취업난과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개혁개방 이래 30여 년간 고속성장 가도를 질주해 오던 경제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취업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의 대학생은 약 2천300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한 해 졸업생이 무려 700만명 가까이 된다. 이 가운데 약 150만명은 졸업과 동시에 실업자가 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대졸 취업난은 없었다. 대학생의 숫자도 적었거니와 정부가 졸업과 동시에 근무할 직장을 배정해줬기 때문이다. 취업난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물론 최근의 경제성장률 둔화다. 중국 대학들이 지속적으로 신입생 모집인원을 늘린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학진학률은 30여년 전 5%에서 현재 25%선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대졸자 실업문제는 농민공(農民工) 실업문제와 함께 사회안정을 해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다. 농민공이란 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일용근로자로,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일에 종사하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농민공의 수는 2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이 대거 고향으로 돌아갈 경우 농촌사회의 심각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우려다.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해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기대난망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 올해 경제성장률이 8%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데다 가파른 임금상승, 노동집약적 산업의 퇴조 등으로 기업들의 일자리 공급능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업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중국 지도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문제가 사회불안의 뇌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작년 말 실업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용창출이 힘들긴 하지만 경제, 사회 발전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목전의 실업대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욱태 한국무역협회 중국통상지원단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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