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상처’ 상담 발길 는다

대구 여학생 자살이후 정신과 청소년환자 늘어

전문의 “가해학생 폭력대물림… 조기 치료해야”

학교폭력 문제로 경기도내 정신과 병·의원을 찾는 청소년 환자가 최근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왕따 등 학교폭력의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학생들도 상당수를 이뤘고, 이들 대부분이 가해와 피해를 모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오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A의원은 청소년 6명이 학부모와 함께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구 여학생 자살이후 A의원에는 왕따, 따돌림, 학교폭력 문제 등으로 하루에 청소년 환자 15~20명이 병원을 방문하고 있으며, 이는 예전보다 10%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 용인 흥덕의 B병원도 최근 학교폭력의 가해ㆍ피해 학생들의 상담 및 진료 건수가 20% 가량 늘어났으며, 수원시 영통구의 C의원도 예약 스케줄이 한층 바빠지는 등 청소년들이 정신과 병의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외소한 체격에 힘이 약한 D군(15)은 2010년 중학교에 입학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 2명으로부터 매점 심부름을 강요당하고 급기야 구타까지 당하는 괴롭힘을 1년여간 당했다.

 

이후 D군은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의 환심을 사 한데 어울렸고, 결국 무리들이 지목한 다른 친구에게 물건 훔치기, 돈 갈취 등 나쁜 심부름을 시키는 악역을 8개월 넘게 맡았다.

 

학교폭력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 D군은 현재 정신과를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부모로부터 갖은 폭력과 핍박을 받았던 E군(17)은 중학교 시절부터 학우들을 괴롭히기 시작, 자신이 받은 폭력과 스트레스를 타인에게 풀고 해소하는 폭력의 대물림을 자행했다.

 

지난해 초 정신과를 찾았던 E군은 자신이 해왔던 일들에 대해 반성은 커녕 정신과에 왔다는 사실 자체를 굉장히 불쾌해했다.

 

그러나 의사의 지속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를 병행, 충동성을 억제함으로서 평범한 학생으로 거듭났다.    

 

A의원 정신과 전문의는 “가해학생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받은 폭력을 친구들에게 푸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폭력의 대물림 현상이 큰 문제”라며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하면 부모와 학교 등이 적극적인 자세로 조기에 해결해야 자살 등의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관ㆍ양휘모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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