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내 손안의 TV’ 또는 ‘이동용 TV’라고 불리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는 방송과 통신이 결합된 멀티미디어 방송 서비스로 한국이 종주국으로 자랑하는 기술 중의 하나다.
그런데 이 자랑스런 기기가 크게 해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운전 중 DMB 시청이다.
언제 어디서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고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DMB를 시청하면서 운전할 때의 전방주시율이 정상 운전시보다 34%나 떨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전방을 보지 않고 운전한다는 것이고, 이는 면허취소처분 기준에 해당하는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한 수준이다.
실제로 DMB를 보면서 시속 70㎞로 운전하다가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제동하는 시간은 약 1.47초가 더 걸리고 약 20m를 더 달린 뒤에야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위험성이 꾸준히 지적되어 오다가 최근에 겨우 도로교통법에 ‘운전 중 DMB시청 금지’라는 항목을 추가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범칙금 규정이 없는 훈시규정으로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지 우려된다. 문제는 DMB를 보면서도 운전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사람은 매 순간마다 완벽할 수 없다. 아무리 운전실력이 훌륭하더라도 순간적으로 DMB에 눈을 돌리게 되고, 전·후방은 물론 좌·우에서 진행하는 차량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자칫 교통사고로 직결되고 생명을 위협당하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교통사고를 피하더라도 다른 운전자를 놀라게 하거나 교통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운전중 위험한 행위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 중에 통화를 한다든지, 동승자와 잡담을 하거나 음식을 먹는 행위 등이다. 이런 행위는 모두 주의분산을 일으켜 위험하지만, 이 가운데 DMB 시청과 같이 운전자의 시각을 분산시키는 경우가 가장 위험성이 높다. DMB 시청이 휴대전화 사용보다 5배나 더 위험하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설 명절, 고향으로 이동하는 차량들로 전국의 고속도로는 정체가 반복될 것이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차량용 DMB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운전중 DMB시청은 금물이라는 것을 상기해, 안전한 귀성길이 됐으면 한다.
한 재 경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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