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난 해 12월 초 어느 날,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다소 생뚱맞고 그러나 느낌 좋은 경험을 했다. 그 경험은 지금도 기분좋은 기억으로 떠올라 웃음짓게 한다.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총무팀장을 맡고 있는 나는 여러 가지 업무를 하고 있지만 그중 교육훈련을 총괄하는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평소보다 더 부지런을 떨며 이것 저것 준비해 선감도행 버스에 올랐다. 마치 유년시절 소풍가던 날처럼 설레는 마음은 접어두고라도 일상을 벗어난다는 홀가분한 해방감이 마냥 들뜨게 했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경기창작센터에 도착하니 하루 전 까지만 해도 날씨가 쌀쌀할 거라는 일기예보는 기분 좋게 빗나가고 겨울 속 가을 같은 따스한 햇살과 서해에서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공예반과 사진반으로 미리 팀을 나누었던 우리는 각자의 팀별로 나누어 부산하게 움직였다. 나를 포함한 7명의 직원이 사진반에 속했는데, 나는 몇 달 전 장만한 DSLR 카메라를 챙겨들고 기대와 호기심속에 강사진을 맞이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은 그야말로 카메라만 있지 그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는 완전 생 초짜인 반면 강사진은 우리를 카메라 동호회로 생각하고 어느 정도 지식이 있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노련한 강사진은 곧바로 눈높이를 수정하고 본격적인 맞춤강의에 돌입했다.
이론과 실기수업은 오후 4시를 넘겨서도 계속됐다. 대부도를 배경으로 자리잡은 창작센터는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아름다웠다.
풍광 좋은 창작센터 여기저기를 다니며 그럴듯한 폼으로 사진을 찍어대는 동안 어느새 하루 해가 저물고 있었다. 드디어 작품평가시간이 되고, 요즘 유행하는 어느 TV프로처럼 참가자와 강사진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최우수 작품을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예선과 본선을 거치는 치열함도 경험했다. 기대는 안했었는데 우연찮게 1등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고 액자를 상품으로 받는 호사까지 누렸다.
마무리 시간이 되어 공예팀과 합류하니 저마다 흔들의자, CD 케이스 등등 나름의 작품이 손에 들려있었다. 저마다 뿌듯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들이 역력했다. 물론 단체기념사진은 오늘의 사진작가인 내가 찍는 영광을 덤으로 누렸다.
공직생활 20여년 동안 수많은 교육을 받아봤지만 정말 신선했다. 교재가 없다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의례적인 형식들을 걷어 없앤 교육방식이 맘에 들었다.
행정이 어떠니, 서비스정신이 어떠니 하는 의례적인 것에서 벗어나니 또 좋았다. 말 수는 최대한 억제하고 몸으로 체험하고 느껴봄으로서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오감으로 몰입하는 순수에 빠질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세상의 패러다임이 ‘감성’인 시대다. 내안의 감성을 깨어나게 해주는 것보다 훌륭한 교육이 또 어디 있겠는가.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서해의 낙조는 또 하나의 서비스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준 경기창작센터 직원들과 다소 무리를 하면서 우리를 지원해준 경기도청 교육훈련 담당부서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나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기분 좋은 경험을 갖게 해준 이런 교육프로그램을 다른 공무원들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송 준 성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 총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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