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서비스 마련해야

[기고]

이명박 대통령은 신년 특별연설에서 “보육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의지를 담아 정부는 올해 3월부터 소득에 상관없이 출생률 제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되는 만 0∼2세 영아의 보육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2년에는 누리과정을 도입한 만5세와 만0∼2세는 전면 무상보육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정책은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이 높아지고 공보육체제 마련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올 3월 0∼2세 무상보육 시행을 앞두고 부모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게시판은 0∼2세 보육료 지원에 대한 부모의 항의글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국가가 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무료로 보육료를 지원해준다는데, 부모들은 왜 반대를 하는 걸까?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아’에게만 제한되어 가정에서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영아는 혜택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는 0 ∼2세에 한해 정부가 월 10만∼20만 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나, 이는 차상위계층과 장애아동에 국한되어 있어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과거에 비해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어린이집 이용아동이 증가하는 추세이나, 여전히 0∼2세는 3∼5세와 비교해 가정 내 양육비율이 높은 편이다.

 

영아는 면역력이 약하고 질병에 감염되기 쉬우며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 세심한 돌봄과 개별보육이 필요하다. 또한 이 시기는 주 양육자와 안정적인 애착형성과 자아개념 습득 등 사회정서 발달의 중요한 기초가 형성되므로 부모는 시설보육보다는 가정내 양육을 더욱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OECD는 만 0~2세는 부모가 가정에서 키우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가정양육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OECD 선진국들은 가정내 양육을 지원하고 모성보호 차원에서 출산휴가, 육아휴직제도, 아동양육수당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가족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만 3~4세가 아닌 만 0∼2세를 우선 지원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정부는 출산율 제고와 맞벌이 가정의 지원 등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러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지금까지 자녀를 가정에서 돌보았던 부모의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맞벌이 가정 영아의 시설이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영아의 시설이용 여부보다는 국가의 종합적인 자녀양육지원 체계의 부족에 기인하기 때문에, 출산율 제고라는 관점에서 정책적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영아 인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경기도의 경우, 0∼2세 영아의 어린이집 이용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공급에 비해 수요가 높아지면 보육의 질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양질의 영아보육서비스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어린 영아들을 시설로 끌어내는 것은 영아의 복지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많은 부모들은 ‘믿고 맡길만한 어린이집’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부모의 자녀양육부담을 덜어주고 보육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상’에 앞서 보육의‘질(質)’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육의 질을 좌우하는 영아보육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과 보육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영아 안심보육지표의 적용 등을 통해 부모의 안심보육 체감수준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영아보육지원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영유아 무상보육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영아 발달과 성장에 가장 최선책이 무엇인지, 정책입안자, 부모,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심도 깊은 논의와 정책적인 숙고가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

 

송 정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