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객’ 저어새 139마리 찾아와 활동 전세계 5%… 저어새 4대서식지로 도로에 가림막… 생태학습장으로
남 들은 다 죽었다고…
동 물도 사람도 멀리한
유 해 폐수 넘실대던…
수 해 폐수 넘실대던…
지 구촌 희귀조 저어새가…
인천시의 국가산업단지 남동공단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 부지 일대는 ‘송도갯벌’, 혹은 ‘고잔 갯벌(이하 송도갯벌로 통칭)’로 불리던 드넓은 갯벌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이곳에는 인천의 발전과 함께 산업단지와 국제도시가 지어졌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송도갯벌의 가치와 존재는 사람들 뇌리에서 잊혀갔다. 하지만, 인천의 한 귀퉁이에 쓸쓸하게 남아있던 이곳에 기적이 일어났다.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제205-1호 저어새가 찾아든 것이었다. 편집자 주
■ 아무도 찾지 않던 ‘죽음의 땅’
남동공단의 최남단 도로변에 있는 남동유수지(남동구 고잔동 711 일원)는 60만여㎡ 규모로 남동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지난 1992년 남동공단의 침수를 예방하고자 만들어졌다.
남동유수지의 물이 고이면서 각종 찌꺼기들이 쌓여 수질이 악화됐다. 지난 2009년 인천보건환경연구원의 남동유수지 수질분석 결과 기준치의 5배가 넘는 수질오염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납, 카드뮴 등 중금속도 검출됐다.
이러한 수질오염은 악취를 유발, 각종 민원과 함께 점차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통상적인 유수지 관리 등을 위해 조성한 인공섬(지름 28m)은 유수지 한가운데 위치해 남북 각 250m, 동서 500·900m 떨어져 사람들의 눈길에서조차 멀어져갔다.
■ ‘진객’이 찾아왔다
저어새는 2000년대 들어 10~70마리가 서식지 혹은 중간기착지로 송도갯벌을 이용하는 것이 관찰됐고, 이들 중 일부가 2009년 송도갯벌과 인접한 남동유수지에 둥지 4곳을 틀어 6마리가 성공적으로 성장해 남쪽으로 날아갔다.
남동유수지 인공섬은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에서 멀고, 유수지와 연결된 승기천 하구 습지에 갈대, 고행이 부류의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어 휴식장소로도 안성맞춤이다. 가까이에 송도갯벌이 위치해 먹이도 쉽게 찾을 수 있어 저어새에게는 그야말로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 인공섬은 저어새의 낙원
세계적으로 2천여 마리도 채 되지 않는 저어새는 어느덧 인공섬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에 인공섬 둥지 25곳에서 57마리가 태어나 이 중 53마리가 성공적으로 성체로 성장했다. 지난해는 42개 둥지에서 103마리가 태어나 80마리가 날아갔다.
인공섬에서 태어난 저어새는 현재 관찰된 것만 모두 139마리로 이는 전 세계 저어새의 5%에 해당하는 수치로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인공섬을 비롯해 송도갯벌은 어느새 전국 저어새 4대 서식지로 자리 잡게 됐다.
저어새가 남동유수지의 외딴 인공섬에 자리 잡은 것이 관찰되면서 시민들도 저어새 보호에 나서기 시작했다.
시민단체는 지난 2009년 남동공단과 해안도로에 저어새 관찰을 위한 가림막을 설치, 망원경과 카메라 등을 이용해 이들의 생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기 시작했다.
남동유수지의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저어새의 번식과 생태를 지켜볼 수 있는 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 매년 개체수 증가
시민들은 저어새가 인공섬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둥지에 재료를 넣어주고, 죽은 나무를 잘라 둥지 자리를 만들고 있다.
번식환경이 조성되면서 매년 번식에 성공하는 개체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도 송도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인공섬 확장 계획 및 남동유수지 환경 개선계획을 세우면서 이에 발맞추고 있다.
그러나 저어새의 번식상태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먹이처 확보가 급선무다.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는 송도갯벌(송도국제도시 11공구) 715만 6천㎡에 대한 매립을 승인,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체서식지를 남기기로 했다지만, 갯벌이 줄어들면 남은 갯벌도 서식환경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공섬 저어새들에게 송도갯벌은 필수적이며, 송도갯벌 환경의 변화는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저어새가 인공섬에서 번식하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지만 그만큼 지금의 환경이 저어새에게는 열악한 환경이라는 얘기”라며 “저어새의 먹이 공급처인 송도갯벌의 환경보전과 인공섬의 오염 개선을 위해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kyeonggi.com
사진 제공=인천저어새네트워크 조영길 활동가 등
인터뷰 김보경 ‘저어새 네트워크’ 활동가
멸종위기 저어새가 찾아온 건 갯벌매립에 마지막 경고 준것
Q 저어새를 인공섬에서 처음 관찰하게 된 계기는.
A 지난 2009년 4월11일 무작정 새를 보고자 찾아간 남동유수지에서 나뭇가지를 물고 가는 저어새를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며칠이 지나서야 번식을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염과 악취가 심한 이곳에 귀한 새들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저어새가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 기뻤다.
저어새를 송도갯벌의 희망이라고 불렀는데 번식까지 시작하니 정말 하늘에서 만들어준 기회 같았다. 저어새가 번식하기 시작한 이후 저어새모니터링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으며, 저어새가 인간에게 주는 경고의 메시지를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저어새가 강화도 아닌 인공섬에 서식한 의미는.
A 저어새는 강화도에서도 번식하고 시화에서도 살고 있지만, 이러한 넓은 갯벌이나 습지가 아닌데도 왜 번식하게 됐느냐는 과학적 근거를 찾는 것보다 저어새의 번식이 인간에게 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99%의 갯벌을 다 메우고도 1% 남은 갯벌을 다시 없애려고 하는 인천시에 인공섬에 날아들어 번식하고 있는 저어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마지막 경고다. 갯벌이 사라지면 저어새도 살아가기 어렵고 사람들은 나중에야 무엇이 더 중요한 것이었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어새가 떠나버린 삭막한 도시에서는 사람들도 살기 어렵고 아이들을 키워내기 어렵다는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Q 갯벌 매립 등 먹이 터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대책은.
A 저어새네트워크의 모니터링 결과와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어새의 주요 먹이 터인 갯벌이 매립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올해만 하더라도 신항만 공사와 신항만 진입도로의 건설로 말미암아 갯벌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태어난 저어서 새끼 중 1/5 정도가 굶주림으로 죽었다시피 공사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저어새 새끼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갯벌을 메우기 이전에 확실한 저어새 생존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인공섬을 찾은 저어새는 자연이 갯벌 매립에 혈안이 된 인천에 주는 마지막 경고라고 생각합니다.”저어새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서식하는 것을 최초로 발견한 김보경 인천저어새네트워크 활동가는 “저어새 같은 귀한 새가 우리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쁘지만, 그들이 오염과 악취가 심한 곳에 사는 메시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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