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니어클럽 분재사업단 박재곤씨 건설계 대들보, 노후 준비하며 분재 매력에 흠뻑 묘목 키우며 수차례 시행착오… 이제는 분재 베테랑
“정성스레 키우고 가꾼 분재를 누군가에게 나눌때면 딸을 시집보내는 심경이면서도 너무 기뻐요.” 분재를 통해 아름다운 인생3막을 열고 있는 박재곤(71)씨. 한 때 건설업계의 대들보로 불리던 그에게 나무를 가꿔나가는 ‘분재’는 사랑이 되었고, 나눔이 되었다. 이 때문에 요즘 그는 얼굴에서 함박웃음이 가시질 않는다. 그가 생각하고 만들어나가는 인생3막은 무엇인지 들어본다.
■ 황혼기에 만난 분재
2남1녀 자식들을 시집·장가보내느라, 건설업계에서 열심히 일 해 오느라 화려한 인생의 1·2막을 살아온 박재곤씨는 지난 8월부터 수원시니어클럽 건강분재사업단에서 분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나무를 분(盆)에 심어 가꾸는 ‘분재’는 그의 인생 3막의 시작이 됐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신묘년(2011년) 마지막 즈음 어느날.
오산시 지곶동 세마묘목농원에서 박재곤씨는 추운 겨울바람에도 어린 나무 묘목을 살피고 가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의 정성 덕분인지 사랑의 열매의 상징인 ‘피라칸사스’와 기개의 상징인 ‘소나무’ 등 분재들은 추운 겨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라고 있었다.
뿌리의 미가 아름다운 모양목과 길다랗게 높아 선비를 떠올리게하는 무늬목으로 나뉘는 분재는 정성이 바탕이 돼야만 그 아름다움과 기개의 자태가 드러난다.
그는 수원시니어클럽 분재사업단에 참여한지 4개월 밖에 안 됐지만 사실 그는 6년전부터 노후를 위해 분재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 때부터 분재와 관련된 서적을 사다가 독학하고 실제 씨를 뿌려 묘목을 키우는 일을 수십여차례 실패한 끝에 이제는 베테랑이 돼 있었다.
그에게 분재는 생명의 나눔이고, 이 세상 모든 나무가지와 썩은나무까지 생명의 상징이다.
그는 분재의 종류와 형태별로 어떤 주인에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며 분재가꾸기에 열정을 쏟고 있다.
박재곤씨는 “돈의 값어치보다는 마음을 베푸는 일이 분재다”며 “조그마한 분에 아름다운 나무의 형상을 가꾸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을 할 때면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6년 전부터 분재에 관심을 가져오며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각종 나무가지, 돌맹이까지 주워 모아가며 아름다운 분재를 가꾸려는 고민을 해왔다”며 “정성스레 가꾸고 만든 분재가 그에 맞는 주인에게 돌아갈 때면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자부했다.
한참동안 ‘행운목’을 바라보던 그는 “어린 행운목이 새뿌리를 내릴려면 신주(神主)모시듯 정위치에 있어야 하는데 아침, 저녁으로 매장으로 옮겨야 하는 처지다.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어려운 현실을 이겨내는 가여운 행운목을 보노라면 소박한 가슴 한자락에 시린마음이 스멀스멀 기어나온다”며 시적 감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 인생 3막의 튼튼한 기반
그가 이토록 열정적인데에는 그의 화려한 인생사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64년 한양대 토목과 졸업한 뒤 국방부 조달본부에서 근무하다 66년에는 월남에 파월기술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국에 다시 들어와 경력을 쌓던 중 68년 결혼으로 안정된 삶을 꾸려나가고 71년에는 그가 40여년간 일해온 삼성엔지니어링에 입사했다.
항상 변화를 꿈꾸며 정진해온 그다.
그는 건설업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업체에 의존해있던 공정건설 분야를 개척하기 위해 74년 일본 파견근무를 자청하고, 그곳에서 1년간 밤샘 공부를 하며 연수를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한국에 들어와 76년 삼성엔지니어링에 처음으로 공사부서를 설립하게 되고 울산에 배농공장을 준공한 것을 시작으로 공장설립 분야를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 공사기계 역시 해외제품에 의존했던 것을 바꿔나가며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해 수차례 상을 받는 업적을 쌓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현재 모두 출가한 2남1녀를 키우는데도 열심히였다.
아내의 뒷바라지가 뒷받침이 돼 자식들은 성균관대, 이화여대, 카이스트 등 모두 엘리트로 커왔고 지금은 모두 손자·손녀를 낳아 효자·효녀노릇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같은 열정과 업적들은 그가 인생 3막을 활기차게 열어가는데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 나눔실천 인생 3막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인생 3막이란 나눔의 실천이다.
조금이라도 게으르면 죽음을 맞이하는 분재사업이 그러하기 때문에 그는 더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며 자평한다.
박재곤씨는 “분재는 정성의 결과물이니 만큼 부전히 가꾸고 보살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부하고 움직여야 하고 실패는 줄이돼 성공을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이 기본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재라는 것은 정성스레 가꾼 보람의 상징이면서도 원하는 주변사람들에게 정성과 아름다움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랑의 매개체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랑의 열매 상징인 피라칸사스는 남북수종인데 요즘들이 이 수종에 특히 관심을 갖고 가꾸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원만해져 남북수종인 피라칸사스 분재를 북에 널리 전파하길 바란다”고 조심스레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식물로부터 느끼는 교훈에 대해서도 그는 철학이 있었다.
박재곤씨는 “사람들은 쓸데없는 풀을 보고 잡초라고 하고 죽이거나 뽑아버리지만 잡초는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 이는 사람들이 충분히 배워야할 가치”라며 “생명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지켜나가며 나무를 가꾸는 일도 해나가야 행복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자식농사에 성공하고 건설업계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그의 포부도 대단했다.
그는 “수원시니어클럽 건강분재사업단이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1등이 되는 분재사업단이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장경제 원리에 근거한 판매가 아닌 정성을 담은 노력의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그것을 반드시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동안 사회에 기여해온 보람이 크다면 이제부터는 사람들에게 베푸는 삶이 무엇인지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영탁기자 yt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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