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살아요”
귀농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경기지역 내에서도 도시에서의 실패를 딛고 농촌으로 되돌아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들의 성공담이 언론 등을 통해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출세를 하기 위해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급격한 도심화로 인한 인구밀집과 부동산가격 상승, 끝없이 이어지는 생존경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장비 제조업체에서 30년 가까이 관리직으로 일하던 이재권씨(51·파주)는 지난 2007년 명예퇴직 후 귀농, 유기농 현미쌀 등을 재배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다.
또 IT기업에서 일하던 이창주씨(50·고양) 역시 뽕나무 열매, 오디를 재배하며 연 2~3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파주 이재권씨
■ 명예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시작
대한민국 부촌 중 하나라는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던 이재권씨는 지난 2007년부터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 일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젊은시절을 다 바친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씨는 도시에서의 사업 대신 귀농을 선택했다.
약 1만2천㎡의 땅을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도 귀농의 이유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 도심에서의 살벌한 생존경쟁에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결심을 굳힌 이씨는 가족들의 반대에도 결심을 굽히지 않고 설득해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밑천은 직장에서 명예퇴직하며 받은 퇴직금 1억원. 하지만 나름 귀농 준비를 철저히 했다는 이씨는 첫해 1천만원의 수입도 올리지 못했고, 태풍에 피해가 심했던 두 번째 해에는 고작 400만원을 버는데 그쳤다.
막상 귀농해 농사를 지어보니 TV속에서 보던 여유롭고 평화로운 농촌의 일상은 온데간데 없었다.
위기감을 느낀 이씨는 좀 더 체계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 2009년 경기농림재단에서 진행하는 귀농귀촌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샐러리맨보다 바쁜 농사일 땀흘린만큼 정직한 결실 ‘매력’
프로그램 수료로 더욱 많은 농사기법을 배운 이씨는 약 3천300㎡를 밭으로 개간, 한국인이 즐겨먹는 콩과 고추 등을 심었고, 나머지 농지에는 유기농 현미쌀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대성공.
올해 고추값이 상승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2천만원이 훌쩍 넘는 수입을 올렸다.
이씨는 “허탈한 마음에 시작한 귀농이 이제야 빛을 보는 느낌”이라며 “눈 앞에 수익만 보고 농사를 짓지 않고 멀리내다본 것이 안정적인 수입의 비결이 됐다”고 웃음지었다.
이어 그는 “수확한 농작물은 내가 먼저 소비하고, 남은 것을 판매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귀농인의 삶이 그리 녹녹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도시 속 바쁜 샐러리맨보다도 시간적인 여유가 없을지 모른다.
이씨 역시 오전 7시부터 농지로 나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온종일 농사에만 매달린다. 심지어 점심 역시 농지 옆에 마련한 조그만 사무실 겸 휴식처에서 해결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씨는 이같이 바쁜 일상 속에 인생의 근심과 걱정은 싹 사라진다고 귀농 예찬론을 펼쳤다.
이씨는 “모든 귀농인들이 그렇겠지만, 귀농의 완성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라며 “서로 경쟁하고 살아가는 도시인들보다 이웃과 함께 나눔의 행복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귀농의 매력이다”고 활짝 웃었다.
고양 이창주씨
■ IT업계 종사자, 농촌에서 날다
IT기업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젊은 사고가 득실거리는 첨단 속 ‘정글’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정글 속 생존법칙과 같이 IT업계 역시 ‘노익장’을 과시하기에는 힘에 부치는 곳이다.
이창주씨 역시 IT기업에서 20여년간 일을 해왔지만, 나이를 한 두살 더 먹어가며 젊은 친구들의 무서운 추격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지난 2009년 귀농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그냥 막연한 귀농이 아닌 뽕나무 열매, 즉 오디를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귀농을 시작했다.
양평과 고양 두 곳에 약 1만5천㎡의 농지를 꾸려 뽕나무를 심었다.
뽕나무만 재배하면 위험요소가 다분할 수 있기에 짜투리 땅에는 호박과 고구마, 옥수수 등을 심기로 했다.
귀농에 관심을 갖다보니 어느새 재미가 붙었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이씨는 “뽕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손이 덜 간다는 점과 웰빙 여파로 오디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라며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호박 등을 함께 심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비결을 접목시켜 수확한 오디와 호박 등을 그대로 판매하지 않고 효소(건강식품)와 술 등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씨는 귀농에 성공해 매년 2천~3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상품의 유통마진도 줄이고, 가끔씩 도시로 나들이를 떠나고자 시작한 직접배송 역시 수입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IT기업 나와 오디재배 ‘대박’ 도심서 잃었던 자아 찾아 행복
그러나 이씨 역시 귀농의 매력이 물질적 풍요로움보다는 마음 속 풍요로움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고, 회색빛 도심 속에서 생활하며 잃었던 자아를 재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 귀농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귀촌귀농 지역의 정서와 생리를 맞춰 점진적으로 준비해야지 지금 당장이라는 생각으로 급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이게 바로 도시생활과는 다른 농촌생활의 매력”이라며 “다른 사람의 뜻대로, 지시대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 내가 주도해 일하고 그 대가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점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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