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폭력’ 두번 상처받는 아이들

학교는 가해학생들 ‘겉핥기식’ 상담 그쳐

피해학생은 보복 두려워 속내 못 드러내

경기지역 학생들간 폭력·따돌림 문제가 심각한 수준(본보 27일자 4면)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일선학교에 배치된 상담교사가 학교폭력을 해결하는 방법이 정작 학생들의 생각과는 맞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학교폭력을 예방·근절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생활인권지원센터’를 도내 25개 지역교육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도내 2천200여개 초·중·고 학교 중 710개교에 기간제 상담사를 배치, 운영하고 있다.

 

또 경기도는 각 지자체에 ‘청소년상담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기경찰청과 도교육청은 ‘스쿨폴리스’를 운영하는 등 청소년에 대한 다방면의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간 폭력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일선 학교에서는 가해학생들에 대한 수박겉핥기식 상담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용인의 A고등학교에서는 기간제 상담사가 1명 배치돼 학생들에 대한 학업·심리상담을 하고 있지만 폭력피해학생이 찾아올 경우 1시간 가량의 상담 뒤 담임교사에게 인계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 학교 상담사는 “학생들간 괴롭힘이나 구타·폭행 문제는 사안의 성격을 규정짓기 모호하고 피해학생들도 보복을 두려워해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어 담임교사에게 넘길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으며, 이같은 문제는 용인지역외 수원, 안양 등지의 학교들도 마찬가지 였다.

 

이 때문에 피해학생들은 상담을 꺼리는 경우조차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 한 남학생은 “상담선생님이 있는 건 알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주겠다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겉으로만 화해하도록 유도하는데 누가 상담을 하겠느냐”며 “보복이 두려워 상담은 꿈도 못꾸고 상담을 하더라도 역효과만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용인 A고등학교 학생생활인권부장은 “문제학생과 피해학생들에 대해 장기적으로 심리상담을 하고 치료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있지 않는 이상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요즘 가해학생들은 내성이 길러져 상담가에게조차 맞춤형 대답을 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도 전문적인 상담 대책이 일선학교에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전문상담사 1천800명을 배치하는 등의 학교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도교육청도 학교폭력·자살 예방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근절효과가 나타날 지 주목되고 있다.

 

오영탁기자 yt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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