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서 퇴임 할 때가 다가오면서 지나간 시절을 회상해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걸핏하면 떠오르는 용어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필자가 공직에 첫 발을 디뎠던 70년대 중반과 지금의 시대 전반에 걸쳐서도 그러하겠거니와 직장 생활에 대해 비교해봐서도 역시 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직장은 곧 조직이므로 그 인적 구성원은 예나 지금이나 반드시 상사와 부하라는 상·하 두 계층으로 나눠 질 수밖에 없다.
이 두 계층 가운데 과거 시절에 비해 부하 쪽 보다도 상사 쪽의 근무 행태가 훨씬 많이 변했는데, 이는 그만큼 상사들의 역할과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상사(上司)라는 용어는 근래 들어 조직원들을 이끌고 지휘하는 리더(Leader)와는 다른 말이기는 하지만 부하에 비해 높은 위치에 있다는 점과 경우에 따라 상사가 리더의 범주에 속하거나 리더가 상사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간혹 혼용하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
과거의 상사가 갖는 이미지란 주로 명령, 지시, 근엄과 권위, 책임 추궁과 같은 용어들이었으나 근대의 상사에게 이러한 용어가 붙어 다닌다면 부하직원들로부터 존경 받기는커녕 그 자리를 오래 보전 하기조차 쉽지 못 할 것이다.
상사라는 용어가 과거에도 훌륭한 인격과 덕망을 갖춘 직장의 상사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크다 보니 리더라는 말을 더 많이 선호하고 사용하기도하지만 근대의 상사가 예전과는 달리 수평적, 수직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시대적 변천에 기인된다고 할 것이다.
근대에 있어 올바른 상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들이 있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이야기로 해본다면
첫째는 부하보다 더 먼저,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상사는 꾸준하게 공부하고 연구하며 새로운 지식과 자료, 값나가는 정보를 수집하는데 힘써야 한다.
시대가 갈수록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이를 조금만 소홀히 해도 따라가기가 갈수록 어렵다. 맡은 업무를 충분하게 파악하고 터득하였을 때에만 신속하고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거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며, 그때서야 비로소 부하들로부터 존경을 받거나 지휘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는 매사에 솔선수범하여야 한다. 상사에게는 조직의 힘을 결집, 또는 분배시키거나 집중화해서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과거의 상사는 주로 부하에게 명령하고 지시하는 역할을 해왔지마는 이제는 부하보다 자신이 먼저 솔선하고 모범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목민심서에서 그토록 강조한 ‘검소와 청렴’은 필수적인 것이어서 먼저 자기 자신에게 철저하고 엄격 해야 한다. 상사가 모범을 보여 주어야만 ‘도덕적 권위’가 만들어진다.
부하들로부터 신뢰성을 잃은 상사는 존경과 대접은 커녕 권위와 지휘체계마저도 흔들리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셋째는 부하 직원을 다루는 기법을 알아야 한다. 상사는 부하직원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잘 깔아줘서 마침내는 본래의 목표에 대해 충분한 성과를 거두도록 하는 것이다.
상사가 하기에 따라서 부하직원은 신이 나서 일할 맛이 날 수도, 또는 도무지 일 할 맘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 이야기와 같은 예도 있다.
아직도 구태를 벗지 못하여 쪼기만(?)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상사가 있는가하면, 무게를 잔뜩 잡아야 대접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 속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사님(?)들도 계시다.
김성수 안양시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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