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공천, 정당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방의회 의원도 정당 공천제라는 절차를 통해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정당이 후보자의 자격 요건을 자체 검증 과정을 거쳐 유권자인 국민 앞에 공적으로 보증하고 그 정치적 품질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정당공천제는 국민과 정당 사이에 이루어지는 정치적·사회적 계약이다.

 

정당공천제로 정치에 입문한 당의 후보가 도덕적, 정치적, 법률적 하자가 생겨 문제가 된다면 그 책임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공적인 보증을 한 정당에게도 책임이 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제도의 도입 취지에도 부합한다.

 

정당공천제는 공천 당시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내부적 통과의례가 아니라 임기 내내, 경우에 따라서는 임기 뒤에도 그 책임이 공천 정당에 귀속되는 영속적 보증 행위다.

 

따라서 선거 후 재선거 등에 해당하는 귀책사유를 발생시킨 후보와 정당은 유권자인 국민 앞에 계약불이행에 따른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현재 모든 선거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특히 지방선거비용은 열악한 지방재정에서 전액 충당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지방세로 자체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곳이 56%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흠 있는 계약으로 파기된 선거비용까지 유권자가 다시 부담해야 하는 현행 제도는 우리 정치에서 우선하여 타파해야 할 ‘나쁜 제도’다. 이건 정당공천제의 제도적 취지와 이념에도 전혀 들어맞지 않고 정치권력이 국민에게 강요한 부당한 ‘악마의 계약’이다.

 

정당은 국민 앞에 공천 후보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법률적 보증 책임을 가진다.

 

따라서 의정 활동 능력은 제쳐놓더라도 언어, 행동, 생활에서 최소한의 자질조차 갖추지 못한 후보를 내세운 정당은 부끄러운 공천에 대해 유권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정당이 제대로 된 여과기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자질미달의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유권자들과의 계약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사기·기망에 의한 계약이나 신의성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계약은 무효이거나 취소의 대상이다.

 

정당의 후보자 공천은 국민 앞에 내놓는 상품이 하자가 없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증하는 공적인 의사표시행위로 정치적 법률행위다.

 

따라서 하자로 인해 발생하는 유권자의 신뢰상실, 선거비 등 유무형의 직간접적인 비용은 그 원인을 유발한 후보와 정당이 공동책임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옳은 일이다.

 

문제가 발생한 지역에는 그 원인을 제공한 정당이 후보를 공천할 수 없도록 하고 후보를 공천한 정당은 정당보조금을 삭감하는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

 

득표율에 상관없이 비례대표 후보공천권의 일정비율을 감축시키는 징벌적 배상조치도 필요하다. 정치적·도덕적 한정치산자나 금치산자를 공천하고도 문제의 책임과 비용을 떠넘기는 정당의 부당행위를 더는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꼼수를 부려 강요한 아주 ‘나쁜 제도’ 때문에 국민과 지방자치단체만 언제까지나 봉 노릇을 할 수는 없다. 이제는 적극적인 정치적 소비자 주권을 발휘해야 한다.

 

김광남 한국지방자치학회 이사 성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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