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30년 가까이 이사를 하지 않고 한 곳에서 살고 있다.
A는 자신의 집 둘레에 돌담과 개나리를 심어서 경계를 표시하였는데, 어느 날 시청에서 온 공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공문의 내용은, A가 시 소유로 지목이 ‘도로’인 토지 약 10평을 무단 점유하여 사용하고 있으니 그 지상의 돌담을 철거하고 무단 점유한 위 도로부지를 반환하라는 것이다.
A는 30년 동안 한 번도 그 땅이 자신의 소유라는 것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시의 주장을 믿을 수가 없어 측량을 의뢰하였다.
결과는 시에서 알려온 바와 같았다.
그러나 A로서는 수십 년 동안 자신의 집터의 일부인 것으로 알고 사용해 왔고, 더욱이 도로가 만들어진 사실도, 도로구역 지정도 없었는데, 이제 와서 시 소유의 도로부지이니 이를 반환해야 한다니 속상하기 짝이 없었다.
A가 토지를 반환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는 위 10여 평을 내어놓지 않고,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는 민법의 취득시효 제도 덕분이다.
취득시효는,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러한 상태가 진실한 권리상태와 합치하는가의 여부를 묻지 않고, 그 사실 상태 그대로 권리관계를 인정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려는 제도로, 우리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254조 제1항).
그렇다고, 무작정 모든 도로부지에 대하여 다 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원칙은, 도로부지의 경우 ‘행정재산’이기 때문에, 시효취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 도로부지가 아직 ‘행정재산’인 도로가 되지 못한 상태, 즉, 잡종재산’(행정재산 및 보존재산이 아닌 일체의 국유재산)에 머물러 있을 때에는 예외적으로 시효취득이 가능하다.
행정재산이라 함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는 재산으로서 직접 공용, 공공용, 또는 기업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을 말하는데, 도로와 같은 인공적 공공용재산은 법령에 의하여 지정되거나 행정처분으로서 공공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경우, 또는 실제로 그러한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여야 비로소 행정재산이 된다.
즉, 도로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도로법에 따른 노선의 지정 또는 인정의 공고 및 도로구역 결정, 고시가 있거나, 도시계획법 또는 도시재개발법 소정의 절차를 거쳐 도로를 설치했을 때부터 공공용물로서의 공용개시행위가 있는 것이고, 그때부터 행정재산이 되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A가 점유한 도로 부분은 아직 도로의 형태도 갖추지 않았고, 도로구역 지정도 없으며, 시가 이를 사실상 도로로 개설한 사실 자체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즉, 공공용물로서의 공용개시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할 것이므로, 위 10여 평의 토지는 아직 행정재산이 되지 못한 잡종재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A는 그 시효취득을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95다7369 판결 참조).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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