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의 업무는 택시운전?

나는 평소 김문수 경기지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문제를 파악하고 도민을 위해 낮은 자세로 일을 하는 모습 등 목민관으로 지녀야 할 덕목을 갖춘 것에 대해 정치를 하는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존경해왔다. 또한, 택시기사의 애로사항을 직접 체험하고 더 나아가 경기도 대중교통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2009년 1월부터 28개 시·군을 2년 8개월 동안 무려 3천80km의 거리를 택시 운전한 것, 그것도 한두 번으로 끝낸 것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해 목표를 이룬 것 또한 존경받을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서울시 택시 면허 시험장에서 경기도지사인 김문수 지사가 택시 면허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시험을 봤다는 사실은 경기도민으로서 참으로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지사는 서울시에서 택시 면허 시험을 치르는 이유에 대해 “교통시설과 도로 사정 뿐 아니라 도시계획을 살펴보는데 택시 운전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서울에서 응시하게 됐다”며 “수도권은 하나의 생활권이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이 많아 민심을 살피는데도 택시 운전이 좋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서울 교통에 대한 현장 체험이 앞으로 서울과의 광역버스 노선 연장과 증차 등 대중교통 협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정말 김 지사가 말한 대로 택시 운전을 해야만 경기도와 서울시의 광역 버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

 

김 지사는 2009년 1월부터 2년 8개월 동안 많은 시간을 택시를 타고 다녔지만 도민들의 교통 불편사항이나 도민들의 택시요금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 심지어 택시기사들의 고충에 대해서도 아무런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였다.

 

결국 경기도의 지사로서 도민의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택시 운전으로 인해 행정적으로 항상 시간에 쪼들려 경기도의 행정에 대해 파악할 시간을 갖지 못해 연초에 발생한 구제역과 여름에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생한 수해 등 행정의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등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김 지사의 ‘자기만족 택시운전’을 보면서 정말 한심스럽고 경기도민이 불쌍하다는 생각이다. 택시 운전사 도지사를 뽑아 도정에는 관심 없고 외도(대선)만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즉, 심신(心身)을 닦고 집안을 정제(整齊)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天下)를 평정(平定)한다는 말이다. 가족이 행복해야 나라도 행복하다는 뜻처럼 도민이 행복해야 국민도 행복하다는 뜻이다. 지사는 도민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보이나보다. 아니면 벌써 본인이 대선 후보인 듯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제발 선거 운동과 경기도지사 업무를 분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사는 아직까지 경기도의 지사이다.

 

요즘 안철수 원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에 강남으로 출마 할 것이냐는 문제로 한동안 논란이 있었지만 안 원장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이유는 “아직 학교에서 교수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민은 다 알고 있다. 무엇이 꼼수인지를…. 정말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도민이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도지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여 주기 바란다.

 

참고로, 내년 대선에서 지지율이 높은 후보들을 보면 택시 운전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고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밤새 고민하고 연구하고 노력할 뿐이다. 그 이유는 택시운전을 하면서 한가로이 이벤트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열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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