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成年)이 된 ‘반쪽 지방자치’

황선학 지역사회부장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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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지방자치는 자유의 보장을 위한 장치이고, 납세자의 의사표현 수단이며, 정치의 훈련장이다”라고 말했고, J.J. 스미스는 “지방자치정부는 민주주의의 고향이다”라고 하였다.

 

지방자치제도는 ‘지방의 행정을 지방 주민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처리하는 제도’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가 체계적이고,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은 그리 길지 않다. 지난 1991년 지방의원 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됐으나, 자치단체장 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지난 1995년 6월27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포함한 역사적인 4대 지방선거가 실시 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본격 시행돼 국민적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로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0년, 민선 지방자치단체가 출범한지 16년이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부족과 여전히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으로 인해 ‘반쪽짜리 지방자치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7월 경기개발연구원이 내놓은 지방재정에 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2년 69.6%였던 지방의 재정자립도는 올해 51.9%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995년 41.8%와 24.6%였던 지방세수와 세외수입 비중은 올해 각각 35.3%, 21.0%로 나타나 ‘자주재원’ 비중은 줄어들고, 같은 기간 보조금(8.8%→21.7%)과 지방교부세(15.5%→ 19.4%) 등 ‘의존재원’ 비중은 크게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재정 취약의 가장 큰 원인은 국세 편중에 의한 지방세수 부족으로, 199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총 세입 중 45%가량을 지방재정으로 사용했지만 현재는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한 재원의 뒷받침 없는 기능 이양도 문제다. 이양사업에 대한 지방비 비중은 2004년 52.8%에서 2009년 68.0%로 급증, 지방의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재원만으로는 공무원의 월급을 주기에도 어려운 형편이며,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해 일부는 눈덩이처럼 빚이 늘어나고 있는가하면 자치단체장들은 국·도비 확보를 위해 상급 기관 눈치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결국 지방자치제 시행이 성년이 됐음에도 불구, 중앙정부에 여전히 막강한 권한이 귀속돼 있어 지방자치제는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현실적인 지방자치제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기초 자치단체장의 정당공천제로 여야 할 것 없이 공천권을 가진 ‘당’의 눈치를 살피느라 소신껏 행정을 펼치기가 쉽지 않아 정당공천제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제 시행에 있어서 확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에는 잘못된 제도와 주민의 참여 부족을 빼놓을 수 없다.

 

지방정부가 각종 개발과 행정시스템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승인사항이 너무 많고, 각종 규제 및 이에 따른 중앙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방정부나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상당수 주민들은 아직도 투표 등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지방자치 참여 권리를 포기하고, 오히려 잘못된 법해석에 따른 ‘정치놀음’에 놀아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비근한 예가 최근 과천시에서 빚어졌던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이다.

 

지방자치제에 대한 주민의 직접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주민소환제도’가 소환사유를 규정하지 않는 등 현실성 없는 법 조항으로 인해 주민의 갈등만 양산하거나 정략적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제라도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자치제도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자치단체장을 포함한 공무원들의 자치실현을 위한 노력,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져야 한다.

 

황선학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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