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 기숙형 공립고로 실력·인성 갖춘 창의적 글로벌 인재 양성

 

 

‘실력과 인성을 갖춘 글로벌 인재 양성’. 양평고등학교가 추구하는 목표다.

 

양평군 양평읍 양근로 260일대에 있는 양평고의 정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100년을 훌쩍 넘긴 플라타너스가 이방인을 맞는다.

 

그 한편으로 조깅코스가 완비된 운동장이 조성돼 있고 왼쪽으로는 도서관과 소극장 및 대극장, 영어 교과교실, 수학 교과교실, 음악실, 미술실 등을 갖춘 종합교육센터인 e-교육센터와 기숙사 2동이 들어서 있다.

 

가운데로는 지상 3층의 아담한 교사(校舍)가 푸른 하늘을 이고 늠름하게 서 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53년 양평농고로 개교한 뒤 1970년 양평종고에 이어 2003년 현재의 교명으로 바뀐 이 학교는 2008년 기숙형 공립학교에 이어 이듬해 모델 학교로 선정되면서 경기동부권 명문 학교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 학교가 배출한 졸업생은 1만여명으로 각 분야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일반계열과 전문계열(식품과학과, 바이오식품과) 등 모두 20개 학급(특수학급 포함)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학 진학도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09년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지역 대학에 63명 등을 포함해 4년제 대학에 176명이 합격했다.

특히 지난해는 서울 상위권 대학(육군사관학교 포함) 등 서울지역 대학에 91명을 포함해 4년제 대학에 225명이 합격해 88.7%의 진학률을 기록했다.

 

양평고는 가정과 같은 기숙사 생활로 학력과 인성 등을 겸비하며 사교육비가 들지 않아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들로부터도 주목받고 있다.

 

일반계열 이외에도 전문계열 학생들의 기능사 취득과 취업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해 식품가공사에 지원한 학생 31명이 전원 합격한 것을 비롯해 제빵기능사 29명 전원 합격, 한식조리 기능사도 7명 전원 합격하는 쾌거를 거뒀다.

 

전문계열 졸업생들은 대부분 취업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양평고가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로부터도 진학 ‘0순위’로 떠오른 건 이처럼 높은 진학률과 취업률 때문이다.

 

 

◇새롭게 변화하는 공립학교의 모델

 

양평고가 요즘 들어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기숙형 공립고이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8월 기숙형 공립고에 선정된 뒤 이듬해 6월 제1기숙사(코스모스舍)를 완공한 데 이어 지난해 제2기숙사(로고스舍)를 신축했다.

 

제1기숙사는 학생 132명을 수용하고, 제2기숙사에선 학생 81명이 생활하고 있다.

 

기숙사는 학생들에게 숙식만 해결해주는 게 아니다.

 

주중과 주말별로 프로그램이 차별화돼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으며, 방학기간과 학교축제 때 운영되는 프로그램들도 다양하다.

 

주중에 펼쳐지는 프로그램은 음악감상과 명상, 수준별 보충학습, 영어 스스로 학습법 지도, EBS 등 인터넷 강의, 창의적 주도학습 등이 있다.

 

주말에는 색소폰과 요가 등 1인 1특기 신장활동, 봉사활동, 중국어 원어민 회화수업, 명화 및 공연 감상, 영어마을 입소 체험학습 등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동안에는 자기주도학습 이론과 실제 등을 토대로 학습컨설팅이 이뤄지고, 영어단어왕 선발과 영어 에세이 쓰기 대회, 마당놀이와 연극 및 음악회 등 문화탐방, 창의 인재양성 학습, 스포츠 활동, 외부 강사를 초빙한 집중심화 영어·수학반 등이 진행된다.

 

학교 축제기간에는 기숙사생 체육대회와 명사 초빙 강연 등이 이뤄진다.

 

이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으로 학생들의 국내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전문계열(식품과학과, 바이오식품과) 학생들도 3년 동안 다른 학교와 차별화된 교육을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크림 만들기, 한국조리실습, 전통주 만들기, 과일공예(카빙) 실습 등을 통해 식품업계 전문 기능인으로서의 실무도 익히고 있다.

 

전문계열 학생들은 최근 열린 경기도 영농학생전진대회 제과제빵분야 금상을 받기도 했다.

 

 

◇사교육이 필요 없는 자율 학교

 

양평고의 또 다른 특색은 도시 학교 부럽지 않은 농촌형 자립학교로 집중식 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외국어 교육은 EBS 강의는 물론 캠프와 동아리 활동 등을 비롯해 원어민 교사를 적극 활용, 현지인과 소통이 가능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영어는 의사소통능력 인증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영어·수학 수준별 이동수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수업은 심화반, 기본반, 보충반 등으로 나눠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강의를 신청해 들을 수 있어 학력 향상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수준별 이동수업은 경기도교육청의 모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매년 양평영어마을에 입소,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어도 자매결연 대학인 중국 베이징(北京) 중앙민족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현지학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외국어고 등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 등 도시 학교 못지않은 외국어 교육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원어민 강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1대1 수업과 학생들 눈높이에 맞춘 심화수업 등을 통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씨(50·양평군 양평읍 양근리)는 “학교 측의 세심한 배려와 짜임새 있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도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부럽지 않다”며 “특히 농촌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학생들이 위축되기 쉽지만, 학교 측의 성의 있는 지도로 학원 수강 등에 의존하지 않고 수업에 임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방과 후 활동으로 감성지수도 쑥쑥

 

‘YP교통사고 록밴드’, 신문반 ‘이끌소리’, 방송반 ‘ZOOM’ 등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도 다양하다.

 

교내 실용음악 밴드인 ‘YP교통사고 록밴드’는 전국 고교 관련 동아리 가운데 수준급을 자랑한다.

 

‘YP교통사고 록밴드’ 학생들은 주말에 틈을 내 연습에 열중하고 있으며,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고 있다.

 

장조와 단조 제5단계 음을 뜻하는 ‘이끌소리’에서 이름을 지은 신문반은 학교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 지성으로 굳세고 바른 소리를 싣고 있다.

 

‘이끌소리’ 학생들은 신문을 통해 바른 글쓰기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차원의 시사 공부를 하고 동료와도 활발하게 의견들을 나누는 등 토론문화도 익히고 있다.

 

방송과 미니 영화를 제작하는 ‘ZOOM’은 지난 2008년 열린 제5회 방송영상예술전 장려상과 올해 열린 제2회 경기도 UCC 영상공모전에서 동상을 받았다.

 

’갈산제’로 명명된 학교축제를 통해서도 학생들은 숨은 끼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양평지역 하천 생태조사와 천체관찰, 과학실험 등도 눈여겨 볼만하다.

 

주로 전문계열 식품과학과와 바이오식품과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는 전공실습도 다른 학교들과는 사뭇 다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마련해준 실습실과 기자재들을 활용해 전문대학 수준의 기능을 익혀 가고 있다.

 

박해준 교감(58)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이 학생들의 특기교육은 물론, 인성교육에도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며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더라도 도시 학교 졸업생들과 어깨를 맞대고 당당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열 교무부장(49)도 “학교가 어디에 있는가가 중요하지 않고, 학교가 어떻게 지도하고 학생들이 어떻게 학업에 열중하는가가 중요하다”며 “이 같은 의미에서 도시지역 학부모에게도 양평고교를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터뷰] 박명호 교장 인터뷰

 

“방과 후 교육 ‘눈높이 시스템’을 도입하니 학력수준이 놀랄 만큼 향상됐습니다. 모름지기 학교는 학생들의 기본학력을 향상시키고, 인성교육 등 생활지도도 병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명호 교장(60)은 “지난해 부임 이후 방과 후 교육에 눈높이 시스템 채택, 과목별 학생들의 학력 수준에 맞게 수업 운영, 영어의 비중을 늘이는 방안 등을 추진해왔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과목별 보충수업 진행방식도 남다른데.

다른 학교와 차별화하기 위해선 양평고교만의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종전의 획일적인 주입방식에서 탈피, 교사와 학생별 1대 1 수업과 질의·응답 위주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단순한 1대 1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변에서 쉽게 익힐 수 있는 주제를 토대로 묻고 대답하는 형식이다.

 

-지난해 부임하면서 영어 교육을 특성화하고 있는데.

지난해 부임하니 학생들의 영어학습능력이 많이 뒤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부임 초기 영어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30명 단위로 2개 학급을 편성, ‘영어 스스로 학습’을 통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했다. 교재도 기초반 학생은 EBS, 상위권 학생은 입시학원 참고서 등을 각각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면서 학생은 물론 교사와 학부모들도 (저의) 방식이 옳았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 도시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비싼 사교육비를 들여 학원 등을 다니고 있지만, 우리 학교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교육철학을 소개한다면.

(저도) 학력신장과 인성교육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이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교사들도 ‘스승’이란 도덕적 호칭을 떠나 학생들에게 수업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안내해주고’, 흥미도 유발할 수 있는 ‘멘토’가 돼야 한다.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지난해 부임 이후 추진했던 교육방식을 (저는) 양평고교 발전을 위한 개혁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개혁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저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학부모들의 협조가 최대 관건이다. 앞으로 잘 지켜봐 주시고, 학교를 믿어 달라.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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