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대피소가 ‘희망 북카페’ 탈바꿈

연평 초중고 교내 대피소 문화·놀이공간으로 변신

“자꾸자꾸 가고 싶고 놀고 싶어질 만큼 좋아졌어요.”

 

인천 연평초등학교와 연평중·고등학교에 있던 대피소가 차갑고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는 따뜻한 북카페로 변신했다.

 

연평초 5학년 서정무군(11)은 “옛날 대피소는 그냥 차가운 벽에 스티로폼 같은 것만 깔려 있어서 옆으로 지나갈 때 조금 무서웠다”고 회상한 뒤 “지금은 텔레비전이 있고 책과 장난감도 잔뜩 있어서 정말 좋아요”라며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북카페는 ‘희망의 대피소’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이 언제라도 찾아와 편하게 쉬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연평초 대피소에 첫발을 들인 어린 학생들은 자신의 키에 맞는 작은 농구대에서 힘껏 점프해보거나 귀여운 고양이, 곰 얼굴 모양의 쿠션을 들고 베개싸움을 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놀이터를 만난 즐거움을 만끽했다.

 

연평중·고 대피소는 청소년들만의 신나는 비밀공간으로 바뀌었다.

 

청소년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미니 당구대와 자유롭게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컴퓨터는 인기 만점 아이템.

 

“이렇게 작은 당구대는 처음 본다”던 연평고 3인방은 어색한 자세를 취하며 당구대와 당구공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이내 익숙해진 듯 게임에 열중했다.

 

북카페 대피소에서 만난 한 청소년은 “포소리가 들리거나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대피소에 오면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는데 여기서 책도 읽고 컴퓨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나가기 싫어질 것 같다”며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아지트 같은 곳이 생겨서 큰 도시에 사는 애들이 전혀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연평초·중·고는 ‘희망의 대피소’를 청소년들 스스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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