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태 부장의 중국경제 돋보기] 미국의 중국 때리기 어디까지

지난 13일 하와이에서 폐막된 제19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언론의 관심을 끈 부분이 있었다. 중국의 무역흑자와 위안화 환율절상 문제를 놓고 중국과 미국이 세운 날카로운 대립각이 그것이다.

 

국내·외 언론은 ‘호놀룰루 정상선언’을 전하며 이 사실을 보도했다. APEC에서 중국이 미국과 공개적으로 대립한 것이 이례적인 일이며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뜻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 마디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본격화된 탓이다. 왜 미국은 중국 때리기에 발 벗고 나설까.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최근 독일과 일본을 잇따라 제치고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급속히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지속한 중국은 2005년 전 세계 GDP의 5.0%를, 작년에는 9.5%를 차지했다. 더욱이 올해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이 추세대로라면 2016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 세계 1위의 GDP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할 강력한 필요가 생긴 것이다.

 

다음으로 정치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이 그동안 골치 아팠던 중동문제에서 빠져나와 아시아로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이라크에 장기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올해 말까지 완전 철수하고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단계적 철수, 리비아 사태 마무리 등으로 여력이 생긴 미국이 아시아 문제 즉 중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경제, 무역 분야에 집중돼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대상국에서 중국을 배제시키려는 움직임이다.

 

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2005년 6월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 4개국 체제로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2008년 미국에 이어 호주, 일본 등이 잇따라 참여의사를 내면서 세계최대 자유무역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제는 하와이 APEC 정상회담에서 TPP의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미국 등 모든 나라가 중국을 초청하지 않았다. 중국은 아세안 10개국에 한국, 일본을 포함시킨 ‘아세안+3’구상을 추진해 왔는데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중국이 입장을 바꿔 TPP에 참여하기도 곤란하다. 초청받지 못한데다 참여할 경우 위안화 절상, 지적재산권 보호 등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대해 중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현재로서는 하와이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오바마 미 대통령의 위안화 환율절상 촉구에 대해 “위안화가 절상되더라도 미국의 무역적자와 실업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과 TPP에 초청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 중국 상무부 관계자가 다소의 불만을 표출한 정도다.

 

그렇지만 미국과 주변국들에 대한 섭섭한 심정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중국은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양국간 긴장관계가 어떻게 전개되고 매듭지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한국무역협회 중국통상지원단 서욱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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