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부모님께 효도 한번 제대로 못 해 지역 어르신들을 부모님으로 모시면서 팥죽을 만들어 드리고 있습니다.”
의왕시 청계동 ‘전라도 옛맛 손 팥 칼국수’를 운영하는 김재권 씨(49)는 노인들에게 팥죽을 대접하는 지역내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한때 잘 나가는 건설회사 사장이던 그는 고향인 전남 구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그러나 IMF 때 부도로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고, 살던 집도 경매로 넘어가 남은 재산은 경매 받은 사람에게 이사 비용으로 받은 150만원이 전부일 정도로 시련을 겪었다.
하루아침에 집도 절도 없는 떠돌이 신세로 전락해 처가살이를 시작한 김씨는 나이트클럽 웨이터부터 택시운전, 입주 아파트 청소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성실하게 생활하며 지인의 도움을 받아 지난해 3월부터 지금의 팥 칼국숫집을 운영하게 됐다.
철모르던 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철이 들자 부모님께 살아생전에 못했던 효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 김씨는 인근의 마리아의 집에 있는 15명의 노인에게 팥 칼국수를 만들어 직접 방문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팥죽 봉사가 지금은 내손·청계동 경로당을 수시로 찾아 40~50여명의 노인들께 무료로 팥 칼국수를 제공하기까지 지속되고 있다.
영업이 시작되기 전인 이른 새벽에 5시간여에 걸쳐 새알을 만들어 팥 칼국수를 요리하고 점심 때에 맞춰 경로당을 직접 찾아 따뜻한 한끼를 대접하는 정성에 노인들은 칭송이 자자하다.
김씨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효도를 하지 못해 한없이 후회되고 지역 어르신들을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아주 조그마한 것이지만 내 부모님으로 생각하고 따뜻한 팥 칼국수를 대접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팥 칼국수를 드시고 좋아하시는 모습이 떠올라 음식점을 운영하는 날까지는 계속해서 칼국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왕=임진흥기자 jhl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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