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니까’, ‘노동 인구가 많으니까’ 중국의 저임금을 대표하던 말들이 이젠 옛 말이 된지 오래다. 노동자들의 파업사태와 임금 인상 파동 등으로 노동시장이 곪아터지면서 정부가 최저임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값싼 노동력을 위해 국내에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갔던 한국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향후 적합 생산기지 선정, 제품 금액 상승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 ‘임금상승’ 왜?
중국은 지난 1978년 개혁 개방을 시점으로 개방 이전의 구조적인 저임금 체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만이 표출되면서 임금 상승의 문이 열렸다.
중국 사회보장국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쟁의 건수는 2007년 35만 건에서 2008년 69만3천건, 2009년 68만4천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1982년 사회주의 체제에서 노동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에서 관련 조항을 삭제했지만 지난 2008년 ‘노동쟁의 조정 중재법’이 생겨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80년대 이후 태어난 ‘신세대 노동자’들이 법 개정 기회를 놓치지 않고 3高(교육수준, 직업기대치, 삶의질에 대한 기대치), 3低(낮은 임금수준, 사회보험가입 비율, 노동계약 체결 비용)에 처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파업 사태 등의 노동분쟁이 임금 상승 속도를 가속화시켰다.
특히 과거 덩샤오핑(鄧小平) 시절 동부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개혁했던 선부론(先富論)과 달리 현 후진타오(胡錦濤) 정부는 내륙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성장 패러다임 전환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균부론(均富論)을 내세우면서 내수 중심의 경제구조를 조성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올해 베이징, 상하이, 충칭 등 중국 주요도시의 최저임금 24%, 평균임금은 14% 가량 인상했지만 지역 간의 임금격차가 커 현재 경제발전은 물론 노동자 만족도도 불균형한 상태다.
■MADE IN CHINA 홀릭 한국 어쩌나
중국은 노동력의 원가가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13억의 인구가 살고 있어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으로서의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 때문에 중국행을 선택했던 국내 기업들이 현지 임금 널뛰기로 진퇴양난 처지에 빠져있다.
베이징시가 지난 1월1일 월 최저임금을 기존 960위안()에서 1천160위안()으로 20.8% 인상하면서 중국 내 국내 기업들은 현지 업체에 비해 높은 임금을 주고 있어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중국 곳곳에서 파업 등 노동분쟁이 심각해짐에 따라 임금 상승 추세 장기화를 고민 중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변동폭이 커지면 현지에 공장을 둔 국내 기업들의 제품가격이 오르게 되고 싼 가격의 중국 수입품으로 국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본연의 기능이 없어지기 때문에 중국 내 생산에 의존했던 국내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더욱이 최근 중국 정부가 취업 외국인에 대한 사회보험 의무화를 선언하면서 국내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중국 진출 국내기업 200여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91.8%가 이번 제도 시행으로 경영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은 한국 직원을 줄이고 중국 직원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해당 제도 적용에 대한 기준이나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최저임금 상승 문제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오천수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장은 “외국인 권익보호라는 제도시행의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며 “양국 보험의 이중부담 배제나 제도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협정 체결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수냐 VS 변화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세계 경제로의 진입속도 가속화로 경제ㆍ산업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노동환경이 급변, 임금 인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더욱이 임금 뿐만 아니라 도시화 등 수요 증가로 토지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위안화 환율마저 오는 2015년까지 약 15% 추가 절상된 것으로 전망돼 현지 국내 기업은 중국 내 철수와 변화의 중대한 갈림길에 놓여있다.
철수를 선택하고 동남아로 떠났던 일부 기업들은 원부자재 조달 등의 문제로 중국 연해지역으로 되돌아 오는 사례가 빈번하다. 동남아 국가는 대체 생산지로서의 매력이 중국보다 떨아지는데다 인건비 문제 역시 국내 기업과 맞아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변화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중국이 외면하는 인건비만 바라보는 외자유치 대상이 아닌 양호한 물류 인프라, 제조업 클러스터, FTA 등 환경개선 방면 등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송창의 한국무역협회 지역연구실장은 “예전에는 현지에서 가공을 한 이후 국내 또는 제 3국으로 수출하는 형식이었지만 최저임금이 높아져 현지 기업의 생산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며 “인건비 문제로 단순히 철수를 고려하는 것 보다 내수시장을 눈여겨 보고 싼 내륙지역을 개척하는 등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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