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여검사’ 男다른 근성

인천지검 형사3부 고은실 검사

“저를 거쳐간 피의자들이 다시는 저를 만날 일이 없는 재범률을 낮추는 검사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 2월 임관한 인천지검 형사3부 고은실 검사(32·여·사법연수원 40기)의 활약상이 화제다.

 

고 검사는 검찰에 입문한 지 10개월여 된 말 그대로 신참 검사다.

 

그런 고 검사가 최근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인지 수사를 제대로 해냈다.

 

지난 7일 검찰이 수사 발표한 ‘노숙자 낀 대포통장 대출사기조직 검거’가 그것인데, 수사 이면에는 노숙자들을 돈으로 사고 파는 씁쓸한 현실과 사건을 파고드는 초임 검사의 끈질긴 집념이 있었다.

 

하루에도 수 건의 노숙자 무전취식 사건이 경찰에서 송치되는 가운데 고 검사는 30세의 젊은 노숙자를 통해 수사단서를 포착하게 됐다.

 

노숙자 이용 대출사기조직 적발 활약

 

끈질긴 수사… 임관 10개월만에 쾌거

노숙자 김모씨는 PC방에서 이용료 9천200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고 아직 젊은 나이에도 불구 동종 전과만 여러번이었다.

 

고 검사는 호기심 반으로 김씨에게 “왜 젊은 사람이 노숙생활을 하느냐”며 물었고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던 중 김씨가 ‘실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대전, 인천에서 숙식을 해결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장’이란 사람들은 누구며, 김씨 외에 노숙자 여러명이 함께 숙소생활을 한 것을 이상히 여긴 고 검사는 즉시 인천시내 합숙소를 급습, 1명을 긴급체포한 뒤 공범들이 도주하기 하루 전 줄줄이 이들을 검거했다.

 

수사결과 일당 8명(미검 2명)은 버스터미널, PC방 등에서 노숙자 60여명을 모집, 대전과 인천시내 모처에 숙소를 마련해주고 이들을 관리하면서 지난 2009년 1월부터 최근까지 노숙자들에게 은행계좌 96개를 개설토록 하고, 사금융업체에서 3천850만원을 사기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사건은 공범들끼리 노숙자를 신용등급에 따라 1인당 50만원에서 최고 500만원을 주고 매수, 노숙자들 몰래 이들을 사고 파는 범행수법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고 검사는 “노숙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그동안 몰랐던 사회 이면에 대해 더 많이 배운것 같다”며 “유죄율을 높이고 수사를 잘하는 검사도 훌륭하지만, 재범률을 낮추는 것도 검사로서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 꼭 그런 검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검사는 수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건배당을 배려해주고 다양한 수사기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정연복 부장검사와 정세용 수사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혜숙기자 phs@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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