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보다 외국인이랑 이야기 하는 게 더 편해”
4년을 살았던 집 주인이 나를 처음 만나던 날 한참을 이야기하다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이 남방 지역 사람이었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 답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인인 내가 중국인도 못하는 표준어를 하니까 매우 신기했었나 보다. 이런 말을 남기고 떠난 집 주인은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남편, 여동생 등 가족을 번갈아가며 데리고 와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했다.
참 이상했다. 우리나라는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모든 지역에 사투리가 있지만 국민 모두가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어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외국인에게 관심을 갖을 만큼 자국민끼리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국의 면적은 우리나라의 약 100배로 56개 민족, 13억의 인구가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지역별 언어차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중국인들은 표준어인 보통화, 대표적인 방언 광동어, 영어를 구사하면 3개 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말한다. 그만큼 보통화와 더불어 광동어 등의 방언이 지역별로 뿌리깊게 박혀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중국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 드라마 등 TV 모든 프로그램에 한자 자막을 넣는다. 보통화를 주로 사용하는 북방 지역에서는 간체자를, 광동어를 많이 사용하는 남방 지역에서는 번체자를 사용해 자막 처리를 하고 있어 지역별 언어사용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중국의 사투리는 1500여종이나 된다고 한다.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보통화 사용’ 캠페인을 벌이고 관공서, 학교 등에서 보통화와 간체자를 사용하도록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사투리 금지 권고에도 오랜 시간 지역별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인들, 특히 보통화 교육을 따로 받지 못한 40~50대 국민들은 사투리 사용을 고집하고 있어 중국의 표준어가 언제 정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은 56개 민족이 함께 살고 있어 내부 분열도 만만치 않다. 지역별, 민족별 다른 생김새, 다른 문화 그 중 소통을 방해하는 서로 다른 언어. 이것들이 내부 갈등의 불을 지피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중국도 통일화 된 언어로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고 존중하면서 ‘소통’을 중요시 해 민족 간 점점 격해지고 있는 내부분열을 잠재우길 희망한다.
장혜준기자 wshj222@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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