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낙서를 지워야 합니다!”

미국의 라토가스 대학의 겔링 교수가 1980년대 뉴욕 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제안한 것이다. ‘흉악범들을 잡아서 감옥에 보내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한가롭게 낙서를 지우자니!’ 뉴욕시 직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당시 교통국의 데빗 간 국장은 겔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낙서 제거 작업을 단행해서 6천대에 달하는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터무니 없는 작업을 수행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증가하던 지하철 흉악 범죄 발생률이 낙서 제거 작업을 시행하고 부터 완만하게 되었고, 2년 후부터는 중범죄 건수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75%나 급감했다.

 

이 일화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에 관련된 것으로 미국의 범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이 1982년 3월에 공동 발표한 이론이다. 즉 작은 일을 방치하면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11월 4일 ‘소방의 날’ 행사에서 발대식을 갖게 될 ‘119생활안전단’도 이러한 ‘깨진 유리창 이론’에 기반한 것이다. 즉, 혹자들이 말하는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작은 문제인 고드름 제거, 동물 구조, 닫힌 문 개방 등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큰 문제는 모두가 관심을 가져 해결되지만 작은 문제는 사소한 문제로 치부되어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한 겨울 커져가는 고드름을 보면서 내 가족이 고드름에 맞는 건 아닌지 얼마나 가슴 졸일까? 가족과 다름없는 반려동물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 주인은 얼마나 걱정이 될까? 닫힌 문 안에 아이가 갇혀 있다면 그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이처럼 작은 일에 가슴 아파하는 서민들의 마음까지 보살펴 무한섬김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 생활소방업무는 3천277건으로 전체 소방 업무 중 1.9%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은 4만9천422건으로 14.1배 증가하였으며, 소방 업무 중 13%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생활소방업무의 비중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와 관련된 신고가 들어오면 직원들은 출동 여부를 놓고 망설였다. 더 위급한 화재, 구조, 구급 출동 상황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119생활안전단’ 출범을 계기로 이제 직원들은 이런 고민으로부터 해방될 것이고 섬세한 부분까지 배려하며 더 친절하게 도민들을 섬길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는 지금까지 11종의 긴급전화를 접수하던 것을 25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인원 415명, 차량 69대, 장비 2천691점 등을 보강해 365일 24시간 도민의 생활을 구석 구석까지 보살피는 ‘생활 지킴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경기도 소방은 생명과 관련된 응급 상황을 통해 도민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이제 ‘119생활안전단’ 발대식을 계기로 도민들이 어떤 비응급 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119’를 누르는 순간 안심할 수 있는 ‘해결사! 119’로 거듭 태어날 것이다.

 

명품과 짝퉁의 차이는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119생활안전단’을 통해 작은 일까지도 섬김의 자세로 임하는 ‘명품!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 이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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