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B ‘눈으로 마시는 술’

얼마 전 지인과의 약속을 위해서 택시를 타다 ‘섬뜩한’ 경험을 했다. 택시 안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 운전석 앞에 놓인 내비게이션을 통해 DMB를 재미있게 시청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기사분도 곁눈질로 웃으며 DMB를 시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난폭·과속 운전이면 안전운전을 강하게 요청할 수 있겠지만, DMB 때문에 운전에만 집중해 달라는 말은 차마 하기 어려웠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6월 현재 차량탑재용 DMB 수신기가 617만대 보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자동차 등록 대수를 고려하면 차량 3대 중 1대에 탑재돼 있던 것이다.

 

게다가 2011년 현재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지 않은 차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모든 내비게이션은 DMB 수신이 가능하기에 이제 우리는 손만 뻗으면 운전 중에도 TV를 시청할 수 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운전 중 DMB를 사용하면 차간거리유지 및 돌발상황 대처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특히 DMB 사용 시 전방주시비율은 50.3%로 음주운전(72%)보다 더 낮다고 한다.

 

이른바 운전 시 DMB 사용을 ‘눈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2만 5천여 건에 달하여 전체 교통사고원인 중 57%를 차지, 교통사고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전방주시 태만 행위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볼 때 DMB 사용의 심각성은 확연하게 나타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DMB 사용의 심각성을 인식해 운전 중 휴대용 전화와 더불어 TV 등 화상장치 사용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으나 우리는 얼마 전까지도 휴대용 전화 사용만을 규제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올해 4월에 국회에서도 자그마한 DMB 기기가 교통사고라는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운전 중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 시청금지’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운전 중 휴대용 전화는 범칙금이 6만원(승용차 기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는 DMB시청에 대한 벌칙조항이 동시에 신설되지 않은 점은 많은 아쉬움을 가져온다.

 

동 신설 조항의 실효성 제고차원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벌칙조항은 반드시 신설돼야 할 것이다.

또한, 법 개정과 더불어 우리의 마음가짐도 새롭게 해야 한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운전 중의 무료함을 달래고자 또는 심심해하는 가족이나 승객을 위해 무심코 DMB를 켜게 된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무심코 한 행동들이 큰 화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동차는 순간적으로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방심도 금물이다.

 

앞으로 우리 스스로 DMB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안전 운전을 실천하며 우리 모두의 고귀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것이다. 이동우 손해보험협회 수도권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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