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골프 ‘티칭프로 자격증’

상당수 국내외 사설단체서 발급… 초보자 피해 잇따라

최근 골프 티칭프로 자격증이 남발되면서 실력 미달자인 이들에게 개인지도를 받은 골프 초보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인천시내 골프연습장 등에 따르면 연습장에서 근무하는 골프강사 중 상당수가 국내·외 사설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소지한 티칭프로들이다.

 

이들은 한 달에 5만~10만 원(실내연습장), 15만~20만 원(실외연습장)의 레슨비를 받고 골프 초급자들을 지도해주고 있다.

 

그러나 티칭프로들은 KPGA 레슨프로보다 실력이 훨씬 모자랄뿐더러 아예 기본 실력 미달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골프 초보자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최근 골프에 처음 입문해 A 연습장에 다니고 있다는 김모씨(41·인천시 남구 관교동)는 “월 20만 원씩 내고 연습장에서 소개해준 프로에게 4개월이 넘게 배웠지만 가르쳐주는 것이 신통치 않아 실력이 늘지 않았다”며 “나중에 이 프로가 사설단체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가진 티칭프로인 사실을 알았다”며 황당해했다.

 

골프 관련업계에 따르면 KPGA는 1년에 두 차례 40명의 티칭프로만을 선발한다.

 

18홀 예선전을 거쳐 100명을 뽑고 나서 이틀간 36홀 경기를 벌여 상위 20명만 합격시키는 ‘바늘구멍’ 테스트다.

 

반면,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사설단체들은 KPGA 티칭프로 테스트에 떨어진 응시생들을 끌어들이는 한편 실력 미달자에게도 프로자격증을 남발하고 있다.

 

미국에 본부를 두고 지난 1996년 한국에 지부를 설립한 USGTF의 경우 연 4회 실시하는 티칭프로 선발전에 성별이나 나이제한 없이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1차 실기시험에서 18홀을 79타 이하로 통과하면 2·3차 교육 및 이론 테스트를 거쳐 프로자격증을 준다. 여자와 시니어부(만 50세 이상)는 82타만 치면 된다.

 

정부가 인가한 한국생활체육지도자협회 산하 골프지도자협회라는 곳은 더 심하다.

 

총 165만 원을 내고 6일간(총 39시간) 교육을 받으면 실기테스트도 없이 이론시험과 간단한 스윙테스트만으로 지도자(3급) 자격증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교육비, 입회비, 연회비 등으로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티칭프로 자격증을 주는 단체를 설립하려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차별적 티칭프로 양산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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