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다! 너 멀리 날아가.”
이천시가 주관한 ‘제2회 전국병아리창작동요제’에서 ‘모기’라는 곡목(김종상 작사/한지영 작곡)으로 참가했던 유치원 어린이가 참가등록을 마치고 식당으로 이동하며 모기를 보고 했던 말이다. 뾰족한 침으로 찔러 대는 모기마저 귀하게 여기는 아름다운 마음은 어려서부터 동요를 가까이하며 생긴 심성 때문일 것이다.
한때 많이 불렸던 동요가 학교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만날 기회가 없다 보니 아이들에게 차츰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창의적인 사고의 바탕이 되는 감성을 길러주는 것이 동요인데, 컴퓨터 게임 같은 다른 놀이에 밀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이천시가 동요보급에 앞장서고 있어 다행이다. 이천시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미취학 어린이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동요 발굴을 위해 ‘전국병아리창작동요제’를 준비했고, 지난 9월 3일 제2회 대회가 이천아트홀에서 열렸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동요가사 수준이 높아지긴 했지만, 쉽게 부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천시의 이번 결정은 시기적으로도 적절했다고 본다. 특히 한 번 익히면 리듬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미취학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도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올해 대회는 전국에서 100여 개 팀이 참가했고 본선에 오른 20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저마다 준비한 실력을 겨루었다. 참가한 팀마다 모기나 사과 같은 소품을 준비하고 실제 동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즐겁게 불렀으며 대회라는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수를 매겼지만 참가자 모두 대상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
이천시는 사단법인 한국동요문화협회 도움을 받아 올해 말 우리나라 최초로 동요박물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동요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은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며, 학생, 동요연구가 등 많은 사람이 찾아가게 될 것이다. 더구나 동요박물관 개관과 함께 이천시 차원에서 동요자료 기증 운동을 펼친다면 더 많은 자료들이 전시될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한국동요협회는 동요에 관한 무수히 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전시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지역을 찾아다니며 이동식 박물관을 운영해왔다. 그 때마다 수많은 어린이들이 찾아와 살아 있는 동요를 만날 수 있었고 어른들도 지난 시절 불렀던 동요를 부르며 유년의 경험에 젖어들곤 했었다.
이천하면 쌀이 유명하고 도자기가 유명하지만, 이제 동요도 그 명성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동요박물관이 유치되기까지 이천 출신 동요작사가이자 시인인 윤석구 한국동요문화협회 회장의 도움도 컸지만, 동요의 중요성을 인식한 조병돈 이천시장과 관계자, 시의회 의원들의 실천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늘에 별을 보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들이 동시와 동요를 통해 가슴에 별을 심었다면, 이번 병아리창작동요제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그 별이 자랄 별밭을 얻었을 것이다. 이날 어린이들과 올챙이송 율동을 했던 어른들도 율동을 하는 동안은 별이었고, 유년의 기억을 더듬어 가슴에 별밭을 일구었을 게 분명하다.
앞으로 매년 수백 명의 어린이들이 병아리창작동요제에 참가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본선에 오른 창작동요 20곡은 전국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서 불리게 될 것이다. 노래를 선곡할 때마다 이천시가 함께 기억됨은 물론 운영하기에 따라 전국에 있는 학교에서 관람까지 갈 수 있는 체험형 교육공간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서는 시골로 가지만 동요를 부르면서 아름다운 별밭을 걷고 싶으면 이천으로 가자. 그곳 별밭에서 동요를 부르며 동심에 아름다운 녹색 불을 켜보자.
윤보영 시인·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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