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항 민간 전환 ‘뜨거운 감자’

"재정 늘어 시 발전 앞당겨"-"소음피해 주거환경 악화"

 

 

최근 서울공항의 민간공항 전환 찬반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974년 대통령 전용기와 수송기 중심의 군 공용공항으로 건설된 서울공항은 2002년 주변지역에 대한 건축물 고도제한 철폐운동이 시작되면서 지방선거와 총선 등 각종 선거 때만 되면 활용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올 초부터 서울공항을 민간항공기도 활용할 수 있는 공항으로 바꾸자는 여론이 일면서 반대 측과의 논쟁이 일고 있다.

 

민간공항 전환을 찬성하는 쪽은 지리적 특수성에 의한 민간항공 수요, 판교 테크노밸리와 연계한 항공우주 부품개발의 핵심단지로 자리하면 시의 재정이 늘어나는 등 발전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민간공항으로 활용되면 각종 비행기 이착륙으로 인한 소음 피해와 고도제한 등으로 재개발조차 불가능한 공항 인근 노후주택 주민들의 생활이 더욱 피폐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서울공항의 민간공항 전환 논쟁이 평상시에는 수면하에 있다가 각종 선거 때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표를 의식해 유리한 쪽으로 찬반논리를 전개하는 등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달 5일 성남시민사회포럼이 타임리서치와 공동으로 성남시민 1천16명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한 결과, 56%가 민간공항 전환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결국 찬반논쟁 가열에 따른 시민들의 갈등과 소모적인 마찰 양상을 우려해 그동안 찬성 입장을 주도했던 ‘서울공항 명칭변경과 민군 공동활용을 위한 범시민추진위원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공항 이전을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며 정치인들의 찬반논쟁을 경계하고 나섰다.

 

■추진위, 민간공항으로 이전해야

민간공항으로의 전환을 찬성하는 측은 지난 7월3일 성남시청 한누리홀에서 민간공항유치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추진위는 “서울공항 주변에 판교신도시와 서울 강남·서초구 등이 자리하고 있어 민간공항으로 전환할 때 항공 수요가 충분하다”며 “민간공항이 들어서면 인근에 위치한 판교테크노밸리에 항공우주 부품업체들이 입주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서울공항이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이 어렵다면 고도제한 완화 등 시민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방향을 강구하자는 입장이다.

 

추진위와 공항 주변 주민들은 지난 40년 동안 고도제한 규제 등으로 재산권 피해가 크기 때문에 보상 차원에서라도 민간공항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는 앞서 서울공항의 민간공항 전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5월7일 ‘성남발전과 서울공항의 민군 공동 활용방안’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토론회에서 신상진 국회의원(한·중원)은 “불가능해 보였던 서울공항 주변 고도제한 문제를 시민의 단합과 지혜로 해결한 만큼 성남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 핵심인 서울공항의 민군 공동 활용에 대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측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추진위는 지난해 11월 경기개발연구원이 분석한 적정 소음 이하의 저가항공 목적으로 공항을 개방하면 수요가 충분하다고 분석한 ‘서울공항의 민간항공 활용을 위한 타당성 분석’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서울공항 활용을 위한 시민토론회 등을 열 계획이었으나 찬반논쟁이 가열되면서 유보했다.

 

특히 추진위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공항 이전을 비롯한 활용문제에 대한 시민의 뜻을 모으려고 단체를 조직했으나 취지와 다르게 민간공항 유치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범추위는 서울비행장 이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추진위가 민간공항 ‘활용’에서 ‘이전’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10·26 보선과 내년 4월 총선 등을 앞두고 일부 정치인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공약으로 만들거나 시민들의 의견을 호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추진위 이상호 집행위원장은 “최우선적으로는 서울공항 이전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전’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활용대책은 더 많은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공감대속에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민 56%가 반대

추진위가 민간공항으로 전환하는 논리를 펴면서 출범식을 진행하자 성남시의회 최만식 의원(민주)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성남시민사회포럼 정기남 공동대표도 시민 1천16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설문조사 결과, 56%가 민간공항 전환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혀 반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반대 측은 지금도 군용기, 헬기 등이 이착륙할 때마다 심각한 소음피해를 강조하고 있다.

 

현재 공용공항도 소음피해와 고도제한 등으로 주택 재개발 규제 등 각종 피해를 안겨주고 있기 때문에 비행횟수가 더 잦을 수밖에 없는 민간공항으로의 전환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서울공항의 비행기 이착륙이 이뤄지는 지점에 이미 판교신도시가 들어섰고 고등동 보금자리, 위례신도시, 초고층 롯데월드 등도 들어설 계획이어서 민간공항으로 전환되면 재산권 침해는 물론 주거환경 악화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들 ‘시민 의견 최우선 기류’ 환영 입장

정기남 성남시민사회포럼 공동대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의견이다. 정치인들의 선거용 공약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대다수 시민은 서울공항 문제가 이슈화되자 ‘또 선거철이 온 것 같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철만 되면 서울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활용 문제를 놓고 각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이 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표잡기 논리를 전개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

 

시도 홈페이지를 통해 이전이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 민간항공 전환을 검토했다고 밝혔던 기존 입장을 자제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공항 문제와 관련해 시는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의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문민석기자 sugm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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