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에서도 통큰 연대와 멋진 정치를 기대합니다

9월 들어 대한민국은 ‘안철수 태풍’에 휩싸였습니다. 주민투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시작된 서울시장 출마러시는 곽노현 교육감의 2억원 수수 시인으로 휘청거렸습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도부가 나서서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둘러싼 갈등과 구태정치를 몸소 시연해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중이라며 혜성과 같이 등장하였습니다. 구태정치에 실망했던 많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기대를 받으며 안 원장은 단숨에 지지율 50%를 넘는 태풍이 되어 기성 정치권을 강타하였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의 지도부가 갈팡질팡하며 여전히 계파 싸움 속에서 허둥대는 동안, 자신의 절친한 동료이자 오랫동안 시민사회에서 지방자치를 준비해오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단 20분 동안 ‘눈빛만 보고’도 통큰 결단으로 50% 지지율이 5% 지지율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이 극적인 드라마를 지켜보면서 ‘아! 정치도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쁘고 설레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통큰 결단, 멋진 정치를 왜 그동안 정치권은 보여주지 못했을까요?

그런 통큰 결단과 대인의 풍모로 안철수 교수는 곧바로 대권 후보 반열의 계량대에 올라 섰습니다. 계체량을 측정한 결과, 몇 년 동안 아무도 근접하지 못했던 지지율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런 높은 지지율을 딱 잘라 뒤로하고 다시 학교로, 청춘콘서트로 가볍게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여운은 두고두고 우리들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안철수 교수의 지지와 단일화로 급부상하게 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또한 훌륭한 분입니다. 민주당과 진지하게 협력하여 야권단일 통합후보를 모색하겠다고 하니 큰 기대를 갖고 지켜봅니다. 민주당 지도부 또한 새로운 각오로 단일 대오를 만들어내서 서울시민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정치가 주는 감동을 새기면서 부천의 상황을 돌아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함께 10월26일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부천은 2곳에서 시의원을 선출합니다. 경기도 전체 선거 3곳 중에서 2곳이 부천에서 치러집니다. 부천의 민주당과 야권, 그리고 시민사회는 아직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에 대해 아무런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등 진보야당, 그리고 민주당의 개별 인사들이 모여 '2012 부천시민정치개혁연대'를 만들어 2012 총선과 대선에 대비하기로 뜻을 모으고, 당면한 부천시의원 재보궐선거의 후보단일화와 야권연대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부천에서는 집권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은 야권연대에 대해 아무런 노력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오히려 지도부라 할 수 있는 분들간의 불미스러운 갈등에 대한 소문만 들려옵니다.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에서는 맏형이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의 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야권이 단일대오를 만들지 못한 채 민주당 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것이 민주당의 기본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부천에서는 야권연대를 시험할 수 있는 기회인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천지역 민주당 지도부의 그 어떤 노력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화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와 박원순 변호사의 아름다운 단일화와 같은 멋진 정치는 정녕 불가능한 것일까요?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대의를 생각하고, 복잡한 절차를 계산하기 전에 통크게 결단하는 그런 멋진 정치를 부천에서도 보여주면 안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진국 생활정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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