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질환 원인 지목되며 주문 끊겨…"친환경 살균하면 ‘무해’"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가습기를 판매하고 있는 최모씨(45)는 창고에 가득 쌓인 가습기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 미상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하루 20여건에 달했던 주문이 단 1건도 들어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겨울철 가습기 수요에 대비해 중소업체의 가습기를 3천만원 어치나 구입해 뒀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반값에도 처분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가습기 살균제가 임산부와 영유아들의 간질성폐렴 유행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겨울철 가습기 판매 성수기를 앞둔 가습기 관련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31일 임산부와 영유아들의 원인미상 폐질환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판매량이 60만개에 달할 정도로 가습기 소독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에 옥시와 애경 등 가습기 살균제 생산업체들은 즉시 제품 생산을 중단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습기의 안전성 문제로 번지면서 가습기 제조업체들의 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구체적인 상품명이나 유해 성분에 대한 최종 검사 결과 공개가 늦춰지면서 가습기 사용 자체를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안양의 A가습기 생산업체는 최근 가습기 판매량이 70%나 떨어졌다. 기존에 거래처에 납품하던 물량이 축소된 것은 물론, 자체적으로 운영중인 인터넷 오픈마켓의 매출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시흥의 B가습기 판매업체도 제품 살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늘면서 블로거 등을 통해 친환경 살균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이미 절반 가까이 감소한 매출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가습기만 생산하는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며 “매일 흐르는 물로 깨끗히 청소하고 레몬이나 식초 등을 이용해 살균하면 얼마든지 안전하게 이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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