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에 걸린 노모가 경찰의 도움으로 30년 동안 연락이 끊긴 딸을 찾아 상봉의 기쁨을 누렸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2일 오전 소회의실에서 30년 전 헤어진 어머니 손모씨(71)와 딸 이모씨(44)의 만남을 주선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달 손씨의 남동생이 경찰에 도움을 청하면서 이뤄졌다.
뇌종양으로 위독해진 손씨가 ‘추석을 앞두고 죽기 전에 딸을 꼭 찾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가족들에게 전했고 지난달 11일 경찰서를 찾은 손씨의 남동생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호소했다.
이씨는 지난 1980년 인천 동구 송현시장 인근에 가족과 함께 살던 중 남동생이 전투경찰로 복무하다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 충격으로 집을 나간 뒤 행적을 감췄다.
이후 어머니와 가족들은 여러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딸을 애타게 찾았으나 이씨가 서울로 거처를 옮기며 주민등록을 재등록하면서 생일을 잘못 등록해 찾을 수가 없었다.
도움을 요청받은 남동서 여성청소년계 노진미 경장(34)은 가족들이 말한 이씨의 이름과 연령대가 비슷한 79명에 대해 곧바로 소재 확인에 나섰다.
소재 파악에 나선지 6일 만인 지난달 16일 서울 구로구에 살고 있는 이씨가 손씨의 딸임을 확인한 노 경장은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으시고 꼭 만나고 싶어 한다’는 뜻을 이씨에게 전해 이날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날 만난 모녀는 서로 부둥켜 안고 함께 하지 못한 30여년의 세월을 아쉬워하며 통곡했다.
이씨는 어머니의 손을 꼭 쥔 채 “집을 나간 뒤 지나가는 군인들만 보면 남동생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짊어지고 있던 짐을 어깨에서 내려 놓은 기분이다. 이번 추석은 인천에 와서 어머니와 함께 보내겠다”고 말했다.
손씨는 “딸이 집을 나간 당시만 생각하면 기가 막힌다”며 “그동안 생사를 알 수 없어 한이 되었는데 딸을 찾아 준 경찰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노 경장은 “모녀가 헤어진 뒤 세월이 많이 흘러 못 찾을까봐 노심초사했다”며 “행운이 닿아 찾을 수 있었고 가족들이 ‘감사하다’고 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lm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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