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배가 아프면 최고의 약은 ‘엄마 손’이었다. 어머니들은 배가 아픈 아이를 무릎베개에 누이고 손으로 배를 문질러 주며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를 읊었다. 약의 풍족함과 다양성을 기대하기 어렵던 때의 이야기다. ‘엄마 손’의 정겨운 모습은 요즘도 종종 감상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오랜 민속의학이다. ‘엄마 손’의 효과에 대해 의학자들은 어머니의 말과 손이 정서적인 안정을 주고 아이의 믿음의 힘이 통증을 사라지게 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을 의학용어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한다.
플라시보란 ‘기쁘게 해 주다’, ‘만족 시키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투여하며 진짜 약이라고 하면 환자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믿음 때문에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이다. 플라시보는 강한 긍정의 마인드다. 반대의 의미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가 있다. 노시보란 ‘해를 끼치다’,‘해롭게 할 것이다’라는 뜻의 라틴어다. 노시보 효과는 좋은 약을 환자에게 투약해도 약효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으로 오히려 증세가 악화되는 현상이다. 플라시보와 노시보는 서로 다른 기대감과 마인드에서 오는 심리현상이다. 이와 같은 심리습관의 반복과 유지는 개인의 독특한 심리체계인 인성형성의 요인이 된다. 인성은 곧 성격이다. 예컨대 일상생활에서 플라시보처럼 긍정의 마인드가 많으면 플라시보형 사람이 되고, 노시보처럼 부정의 마인드가 많으면 노시보형 사람으로 형성된다. 플라시보형과 노시보형은 세상에 대한 인식과 접근방법, 성과에 이르기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에 공무원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플라시보형이냐 노시보형이냐에 따라 업무추진 양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플라시보형은 불가능성에 대한 도전자다. 어떤 지시나 추가로 부여되는 일에 긍정적인 것은 물론 창의성 시책개발과 아이디어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그들에게 문제의 발생과 어려움, 위기는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자 기회다. 하지만 노시보형은 가능성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만족자다. 일반적이고 반복적인 일, 부여된 업무만을 고집한다. 새롭고 처음 하는 일, 시책개발에는 난색이다. 그들에게 업무는 마무리 되는 동안에는 불편한 존재고, 위기는 곧 좌절만 있을 뿐이다. 플라시보형은 능동적 DNA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항상 여유와 웃음 그리고 대화와 소통으로 긍정의 생산물을 이끌어 낸다. 반면에 노시보형의 DNA는 수동적이다. 그들은 독선과 일방통행식 지시로 부정의 생산물을 배출해낼 뿐이다.
똑같은 업무가 제공되어도 플라시보형과 노시보형은 그 결과가 달라 진다. 따라서 일을 하면서 좋은 결과를 바란다면 긍정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기왕 자신이 할 일이고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찡그리고도 해야 하고 웃으면서도 해야만 한다. 일상의 행복도 즐거운 일을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일을 즐기는데 있다. 더군다나 찡그리며 한 일과 즐기면서 한 일은 그 결과에서도 차이가 엄청나다. 그리고 법과 길이 없으면 만들고, 선례가 없으면 선례가 되고 방법이 없으면 찾으면 된다.
노시보형 공무원이 가장 많이 하는 불가사유는 ‘규정이 없다’, ‘예산이 없다’,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일, 창의적인 일에 매뉴얼은 없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먹거나 부정의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저런 방법이 없을 때는 일단 일을 시작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다. 진행하다 보면 길도 방법도 보인다.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사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마음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성격도 주변도 변화시킬 수 있다. ping의 저자 스튜어트 에이버리 골의 말이다.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정말 할 수 없다. 그러나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해낼 수 있다” 자신과 공직사회의 변화를 위해 플라시보형 공무원이 되자.
장 보 웅 수원시 행정전략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