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과일선물세트 ‘외국산 잔치’

국산 ‘호우피해’ 틈타 대형마트 진열대 점령… ‘민족 고유명절’ 무색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과일선물세트가 외국산으로 점령당하고 있다.

 

폭우와 긴 장마에 일조량 부족으로 추석용 과일 수급량이 부족해지자 사과, 복숭아, 포도 등 국산 과일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국산 과일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협수원유통센터 기준 사과 3개 가격은 9천800원으로 지난해 5천500원보다 78.1%나 급등했으며, 포도 4㎏은 1만2천원에서 1만4천900원으로 24.1%, 2만5천원이던 복숭아 4.5㎏은 2만9천원으로 16%가 오른 상태다.

 

상황이 이렇자 과일가격 상승에 따른 장바구니 물가를 걱정한 소비자들이 외국산 과일을 선택하면서 대형마트의 수입과일 매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18일 수입과일의 매출이 22.1% 올랐고,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도 각각 20.3%, 3.4%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추석을 앞두고 과일대란이 현실화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는 추석용 과일선물세트를 외국산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수원점 식품관에는 추석선물세트 판촉전이 열린 가운데 과일선물세트 중 절반 가량이 키위와 석류 등 외국산으로 채워져 있었다.

 

뉴질랜드산 골드키위세트가 각각 7만9천원, 9만9천원 등에 판매됐으며, 미국산 석류 9개가 7만5천원 등으로 국산 과일세트 옆자리를 당당히 차지한 것이다.

 

또 홈플러스 동수원점에서는 칠레 그린키위세트가 1만1천900원의 저렴한 가격에 제공됐으며, 9세트 구매시 1세트를 덤으로 주는 행사까지 진행,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여기에 홈플러스 북수원점도 뉴질랜드산 제스프리 명품골드키위세트가 6만9천900원부터 2만9천9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거봉, 참외 등 국산 과일들보다 많은 자리를 차지했다.

 

이처럼 풍성한 수확을 감사하는 민족 고유 명절 추석의 식탁과 선물이 외국산 과일들로 채워지고 있다.

 

도내 유통업체 관계자는 “물량 부족으로 사과와 배 혼합세트 등 전통적인 구성품보다는 여러가지 혼합과일이나 외국산 과일의 세트비중이 늘어났다”며 “아직 판매 초기이지만 워낙 국산 과일의 품질과 물량이 전년보다 떨어진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어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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