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과장광고로 유혹… 구직자 “돈·시간 낭비 분통”
국내 비공인 민간자격증이 2천여 종에 육박한 가운데 취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민간자격증이 취업준비생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지난 2008년 민간자격증 관리제도가 등록제로 바뀌면서 우후죽순으로 자격증이 늘어나면서 취업에 전혀 도움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교과부에 등록된 민간자격증은 모두 2천28개로, 올 한해에만 477개의 민간자격증이 신규 등록됐다.
하지만 이를 등록한 684개 민간자격관리 운영기관 중 개인이 운영기관으로 등록된 곳이 406개에 달해 사실상 개인이 자격증 대부분을 신설하고 관리하는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간자격증은 줄기차게 생겨나는 반면 최근 4년간 민간자격증 등록이 취소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민간자격증에 대한 사후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교재를 판매한 뒤 잠적하는 수법을 넘어 교재를 판매하려고 자격증을 신설하는 업체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의왕시에 사는 취업준비생 최모씨(30)는 올해 초 ‘취업률 100%’라는 한 노인복지 관련 자격증 업체의 소개글을 보고 38만원 상당의 교재를 구입했다. 1개월 뒤 해당 자격증이 비공인 민간자격증이라는 것을 알고 업체에 연락했지만, 전화번호는 이미 결번이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시험에 응시해 합격까지 한 최씨는 자격증을 인정해 주는 곳이 없어 취업에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안양의 강모씨(28·여)도 취업에 도움을 받으려고 IT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면접에서 망신만 당했다. 면접관 중 누구도 해당 자격증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오히려 면접관들로부터 “왜 이런 자격증을 땄느냐?”라는 질문 공세를 받아야 했다.
강씨는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만 믿고 반년 가까이 투자해 자격증을 땄는데 오히려 무슨생각으로 땄냐는 말을 들으니 황당했다”며 “40만원이 넘는 교재비보다 투자한 시간이 아깝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 요건을 갖추고 나서 등록만 하면 자격을 신설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업체가 3~4개의 자격증을 새로 만드는 경우도 흔하다”라며 “교재를 팔기 위해 자격증을 만들어내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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