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기업 세계를 사로잡다] (주)에스엠에이

국내 유일의 형상기억합금 기업의 긍지로 시장개척에  매진

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꽃을 한송이 건넨다. 꽃잎이 구겨진 볼품 없는 꽃이다. 이를 받아든 여자친구는 남자에게 꽃을 돌려주며 “왜 시든 꽃을 주느냐”고 핀잔을 준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남자는 꽃에 열을 가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구겨져 있던 꽃잎이 서서히 펴지기 시작하더니 활짝 핀 장미로 변했다. 이 꽃을 받아든 여자친구는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구겨져 있던 꽃이 어떻게 활짝 핀 장미로 변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꽃잎이 열을 가하면 장미 모양으로 변하도록 고안된 형상기억합금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형상기억합금 전문업체인 ㈜에스엠에이의 황창윤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공장을 찾은 기자에게 위 이야기가 담긴 홍보영상을 보여주면서 “형상기억합금의 특성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라고 소개했다.

 

㈜에스엠에이는 형상기억합금을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 및 제조·판매하는 부품소재전문기업이다.

 

형상기억합금은 말 그대로 원래의 형상을 기억하는 합금으로 어떤 형상의 합금을 기억된 온도 이하에서 변형하면 변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기억된 온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원래의 형상으로 되돌아가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특히 형상기억합금은 합금 자체가 감지와 작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료 자체만으로 기계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어 최근 부품 소형화와 경량화 추세에 ‘최적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에스엠에이는 형상기억합금이 가지고 있는 형상기억효과와 초탄성효과, 우수한 내부식성, 생체적합성 및 진동감쇄능 등을 활용, 소비자가 원하는 소재를 직접 설계·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기업의 상호마저도 형상기억합금을 뜻하는 영문인 ‘Shape Memory Alloy’의 이니셜을 땄다. 형상기억합금에 대한 황 대표의 남다른 애정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황 대표는 인체골격 표본을 보여주며 제품의 작용원리를 설명하는가 하면 직접 뜨거운 물과 얼음 등을 준비해 형상기억합금의 변형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국책기관도 포기한 형상기억합금, 중소기업이 되살려

형상기억합금이 국내에 처음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 1990년대. 미국이 1960년대 해군연구소를 통해 형상 기억반응을 보이는 니켈과 티타늄의 합금인 니티놀을 처음 발견한 이후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선진국에서 먼저 경쟁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온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가 처음 연구를 시작했지만 형상기억합금은 난가공성 소재로 제조기술을 개발하기가 어려워 결국 포기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물론 형상기억합금이 여러가지 제품의 부속 형태로 국내에 들어와 있었겠지만 관심이 제기됐던 것은 지난 90년대”라며 “중국에서도 90년대부터 개발을 시작했을 정도로 선진국에서 형상기억합금을 제조하는 기술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형상기억합금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그가 러시아어에 능통했기 때문이다.

 

배제대학교 러시아학과(당시 소련학과)를 졸업한 황 대표는 러시아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의료기기 전문업체에 입사를 했다. 이 업체에서는 이미 형상기억합금 제조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축적한 러시아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형상기억합금 관련 의료기구를 개발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형상기억합금에 대한 정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접할 수 있었고 서서히 그 매력에 빠지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을 따라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전공한 러시아학도 당시 우리나라가 소련과 수교를 맺지 않았던 때라 주변에 흥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내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결국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분야를 선택한 결과 형상기억합금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이 회사의 연구개발부서에서 7년 동안 기술이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황 대표는 형상기억합금에 관한 한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다. 또한 2004년부터는 회사의 경영지원팀에 근무하면서 조직 경영업무에 관한 마인드를 익히게 된다.

 

그러나 형상기억합금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료기구를 개발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임상시험기간이 오래걸려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은데다, 존슨앤존슨스 등 외국 의료기기 관련 대기업이 국내 병원과 의료·의약기관의 영업망을 장악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상기억합금과 관련된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시장 진입에는 실패한 것이다.

 

회사는 경영상의 문제로 연구개발 및 생산 분야에 대한 계속적인 투자에 난색을 보였고, 황 대표는 당시 연구소에 근무하던 연구원 등 직원 6명과 함께 회사를 나와 지금의 에스엠에이를 창업하게 이른다.

 

황 대표는 “10년 가까이 축적해온 형상기억합금 관련 기술이 자칫 사장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안타까웠고 함께 회사를 나온 연구원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동료들의 권유로 어렵사리 회사를 시작을 하게 됐다. 전에 있던 회사는 어찌 보면 내게 사업 아이템과 함께 조직 경영을 위한 마인드를 키워준 제2의 대학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안경테부터 인공위성 안테나까지…쓸모 많은 형상기억합금

 

에스엠에이는 현재 형상기억합금 부품이 적용된 산업용, 의료용, 군수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 중에는 형상기억합금이 적용된 것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형상기억합금의 초탄성효과를 이용한 제품은 ‘휴대폰 안테나’와 ‘DMB폰 안테나’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또한 밟아도 구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안경테’와 휘지 않는 ‘브래지어 와이어’, ‘헤드셋’, ‘치열교정와이어’ 등이 있다.

 

이와 함께 형상기억효과를 이용한 품목으로는 ‘인공위성 안테나’와 ‘온수조절밸브’, ‘Fire Damper’, 화상방지용 ‘캔티레벨 밸브’, ‘각종 의료용 기구’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현재 에스엠에이가 개발한 제품 중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제품은 온수조절 밸브이다. 밸브의 한 쪽에는 일반 스프링을, 다른 한 쪽에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된 스프링을 장착, 일정 온도가 되면 자연스레 늘어나거나 줄어들도록 해 물의 온도에 따라 밸브를 잠그거나 열도록 하는 것이다. 주로 보일러 등에 많이 쓰이는 이 제품은 일반 온수조절밸브보다 30%가량 열효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료기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골고정 기구이다. 쇠로 된 고리모양의 이 제품은 낮은 온도에서 노출될 때에는 쉽게 펴거나 변형이 가능하다가 체온에 가까운 온도에 노출되면 원래의 고리모양으로 돌아오는 제품이다.

 

통상 정형외과에서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할 때에는 뼈에 나사를 박은 뒤 부목을 대서 고정시키는 시술이 흔하게 이뤄지는데, 시술시간이 길고 구멍을 냈던 만큼 뼈가 완전히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된다.

 

반면 형상기억합금 제품을 사용하면 뼈에 고리를 고정한 뒤 체온을 가해주기만 하면 저절로 뼈가 고정이 돼 시술시간이 짧고 2차 손상을 가하지 않아 회복기간도 빠른 장점이 있다. 이 제품은 식약청의 KGMP(Korean Good Manufacturing Practice·우수 약품 제조 및 품질 기준)을 통과하면 제품 상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입대체 달성 후 동남아 수출한다

지난 2007년 창업 이후 회사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형상기억합금을 주로 개발하는 회사가 국내에 없다보니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2008년부터는 KBS와 MBC, SBS 등 공중파 방송부터 YTN, MBN 등 케이블 방송까지 여러 언론매체에 소개되기도 했다. 소재가 특이하다 보니 과학관련 프로그램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온 것이다.

 

황 대표는 “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제작 문의가 오기도 하고, 낚시용품이나 등산용품 등에도 적용을 하겠다며 문의를 해오는 기업들도 많다”며 “여러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고 이같은 제품을 모두 상용화하게 되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엔에이가 형상기억합금 관련 국내 최고의 기술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연구진의 오랜 경력과 매년 매출의 4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회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연매출이 전년 대비 40% 이상씩 성장할 수 있었다. 황 대표는 일단 개발 제조분야에 매진해 기술영업을 위주로 사업을 꾸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연구개발 시스템을 안정화 한 뒤 아직은 외국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시장에 수입대체율을 서서히 늘려나갈 계획이다. 특히 의료기기도 향후 KGMP를 얻게 되면 대량생산체계를 갖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황 대표는 “밟아도 구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는 형상기억합금의 성질처럼 국내에서 이 분야의 유일한 기업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며 “동남아시아와 유럽 남미 등지로 우리 에스엠에이 제품이 수출될 수 있도록 재품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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