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물 공급·홍수 예방 두토끼 잡는 정책 시급”
광주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경안천과 곤지암천이 범람해 막대한 재산 및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하류에 있는 팔당댐의 준설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973년 12월 준공된 팔당댐은 높이 29m, 길이 510m, 총저수량 2억4천400만t 규모로 너비 20m, 높이 16.75m의 수문 15개를 갖추고 있다.
특히 수도권 광역상수도의 취수원으로 서울 및 수도권지역에 하루 260만t의 물을 공급하는 등 상수도 급수 부족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또 1초당 124t의 물을 발전·방류함으로써 한강의 수위조절 및 오염 방지에 기여하고, 연간 2억5천60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주민·시민단체 “수문개방 안해 범람·퇴적물 원인”
“팔당댐 유기적 수위 조절 필요·팔당호 준설해야”
일각 “취수장 이전 등 시설 정비가 우선” 지적도
■ 주민들, 인색한 수문개방이 원인
지난달 집중호우로 경안천과 곤지암천이 범람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송정4통과 지월5리, 곤지암읍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진 지난 달 27일 1시간만 팔당댐 수문을 일찍 열었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팔당댐의 유기적인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팔당댐을 관리하고 있는 한강홍수통제소가 한강 수해를 막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지 않아 댐에 갇힌 물이 상대적으로 상류에 위치한 경안천과 곤지암천으로 밀고 올라와 범람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강홍수통제소 측은 팔당댐은 홍수조절용 댐이 아닌 발전과 취수용 댐이며 유입되는 만큼 방류하도록 운영하고 있어 주민들이 주장하는 유기적인 수위조절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달 27일 오전 8시께 14개의 수문을 개방했으며 오전 11시에는 15개 수문 모두를 개방했다고 밝혔다.
■ 시민단체, 팔당호 퇴적물 원인 주장
광주를 비롯한 팔당호 수변구역에 위치한 양평과 가평지역 내 시민단체는 공동 성명서를 통해 팔당댐 수문 개방과 팔당호 바닥에 쌓여진 수 m의 퇴적물을 이번 수해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팔당호 준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안천시민연대(대표 강천심)가 지난 달 28일 팔당호 준설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너른고을 광주의제 21, 청정가평지속가능발전협의회, 팔당호수질정책협의회(주민대표단), 한강지키기 운동본부 등 팔당호 수변구역 시민단체들이 성명서를 통해 팔당호 준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1973년 완공돼 담수를 시작한 팔당호는 연간 56만t에 이르는 퇴적물이 쌓이고 있으나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준설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팔당호의 하상은 높아졌고 담수능력이 저하돼 집중호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지적했다.
경안천시민연대 강천심 대표는 “댐 관리기관 등이 홍수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고유의 역할에 충실해 강우로 예상되는 유입수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해 발생한 인재다”며 “팔당호 상류에 위치한 광동교 인근을 준설해 작아진 팔당호의 물그릇을 키운다면 해마다 반복되던 침수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시민단체·주민의견에 힘보태는 광주시
광주시는 지난 1일 재난대책 상황보고 기자회견을 통해 “경안천과 곤지암천의 준설은 시가 수 년에 걸쳐 중앙정부에 요청했으나 예산과 환경단체의 반발로 번번히 좌절됐다”고 주장한 뒤 시민의 소중한 인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주요 현안사업에 대한 사업비를 중앙정부에 건의했다.
중앙정부는 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총 293억원의 사업비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시는 경안천·곤지암천 준설, 경안천 서하지구 제방축제, 곤지암천 개수공사, 재가설 공사 등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조억동 광주시장은 “현재의 팔당호는 우기철만 되면 없던 섬이 생기는 등 육안으로도 퇴적물이 쌓여가는걸 확인할 수 있다”며 “경안천·곤지암천 준설뿐 아니라 수해 예방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팔당호 상류의 광동교 인근의 준설이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 과제 및 해결책은
지역 일각에서는 팔당호 준설이 수해 예방의 대안은 아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종성 경기도의원은 “팔당호의 준설이 홍수 예방의 대안은 아니다”며 “수 많은 재원을 투자해 팔당호를 준설한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수 년을 가지 못해 또 다시 퇴적물이 쌓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는 또 다른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천변에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도로 등 하천의 유수를 방해하고 있는 시설들이 이번 수해의 원이이다”며 “팔당호 준설에 들어가는 예산을 경안천과 곤지암천의 하상 정리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예방대책이다”고 강조했다.
광주시의회는 이번 수해 원인을 놓고 특위를 구성해 원인 규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수변구역 주민의 재산권 보호와 수도권 주민들의 깨끗한 상수원 확보를 위해서는 팔당호에 묻혀 있는 취수관을 기존 24.5m에서 1m 이상 아래로 재매설하고, 장기적으로 취수장 이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한다면, 깨끗한 수돗물 확보와 수변구역 홍수 피해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팔당호 준설이 이뤄지기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정부기관을 비롯한 관련 지자체, 민간기관과 환경단체 등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서로가 상생하는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재해 있다.
수도권 주민에게는 깨끗한 물은 공급하고, 수변지역 주민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홍수 피해로부터 소중한 인명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한상훈기자 hs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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