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로 손님맞이… 영어는 없었다
지난 12일 오전 파주시 탄현면의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방학인데다 연휴를 앞두고 있어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 주 도로를 따라 늘어선 유럽풍의 상점과 영어 간판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한껏 자아냈지만 정작 그곳에서 ‘영어’는 들리지 않았다.
물건을 사며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게 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한국인 점원들이 한국어로 손님을 맞았다. 물론 계산과정도 모두 한국어로 이뤄졌다.
“이곳에서는 영어를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 직원은 “원하신다면 영어를 쓰겠다”고 답했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연인이나 친구, 가족단위로 한손에 카메라를 들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도로 한켠에서는 연예인 화보 촬영도 진행 중이었다. 이따금씩 레일바이크를 타고 도로를 지나가는 가족도 눈에 띄었다. 영어마을이라기보다는 관광지나 공원에 가까웠다.
유럽풍 상점 들어가 보니 계산과정까지 전부 한국어
도로엔 생뚱한 레일바이크 관객 “영어체험은 어디서?”
넓은 면적에 수많은 건물들 중에서도 정작 사용되는 공간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건물은 텅 비어 있었고 지키는 사람 하나 없었다.
서울 영등포에서 7살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정은씨(36·여)는 “입구에서 직원이 ‘몇 살이냐’고 영어로 물어본 것 말고는 영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면서 “개인 입장객들은 어디로 가면 영어 체험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안내지도만 뒤적거렸다.
이처럼 대한민국 최초영어마을인 경기영어마을이 재정건전성과 공공서비스 확대 사이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지난 2005년 182억원에 달했던 재정적자는 지속적인 마케팅 강화와 비용절감 노력으로 지난해 29억원까지 줄어들었지만 영어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레일바이크 운영이나 텅 빈 건물은 영어마을의 고민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상성 경기도의원(국·고양6)은 “이벤트성의 단기적 프로그램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시설물 또한 지나친 외관 위주의 설계와 건물 배치로 기능상 매우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라며 “장기 해외연수 대체 프로그램이나 국내 원어민 교사 소양교육 센터 등 새로운 역할 모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기영어마을 관계자는 “영어마을은 국내 영어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했지만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갈피를 잡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양쪽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말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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