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씨엠㈜, 하림 인수 이후 3년 만에 급성장
‘자연품은’이란 이름으로 닭고기의 고급 브랜드화를 시도, 육계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 있다. 닭고기 전문 가공업체인 한강씨엠㈜이 주인공. 한반도의 큰 줄기인 한강과 닭고기 가게(Chicken Mart)를 뜻하는 CM이 결합된 이름의 한강씨엠은 전국 학교 뿐 아니라 외식업체, 프렌차이즈 등 1천500여곳에 닭고기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운 브랜드 론칭 이후 어느 육계업체보다 활기차게 뛰고 있는 박길연 한강씨엠 대표이사를 화성시 안녕동 공장에서 만났다. 약간은 처진 눈에 새치가 성성한 외모의 박 대표는 누가 봐도 옆집 아저씨와 같은 푸근한 인상이었지만, 회사의 전략 등을 설명할 때에는 전문CEO로서의 면모를 과감히 보여줬다.
■하림 인수 이후 3년 만에 급성장
박 대표가 한강씨엠의 최고책임자로 온 것은 지난 2009년. 지난 1994년에 창립된 한강씨엠의 연혁과 비교해보면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다. 하지만 그가 부임한 이후 3년의 기간 동안 한강씨엠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당시 한강씨엠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평으로 시장에 알려져 있던 터였다.
하지만 저가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오히려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생산 및 사육능력은 뛰어났지만, 영업·마케팅 부문이 체계를 갖추지 못한 것이다. 우수한 품질의 닭과 직원들 각각의 성실함이 회사를 지탱해 오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3월 박 대표가 들어오면서 회사 성장세의 급반전이 시작됐다. 박 대표는 국내 최대 사료회사인 천하제일사료㈜의 판매본부장과 닭고기 전문업체 올품㈜과 ㈜하림에서 각각 영업본부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한 ‘영업·마케팅 전문가’였다.
박 대표는 “부임 당시 한강씨엠은 조직화가 잘 돼 있는 회사였고 인적자원들의 능력과 성실함으로 무장된 직장 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영업능력면에서는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부임 당시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영업·마케팅 부문을 강화하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유통·판매채널 확보에 주력
박 대표는 취임 이후 판매 채널을 다양화하는데 부심했다. 우선 초·중·고 학교의 급식 납품 수량을 늘려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한강씨엠은 G마크 사업단의 위생 기준이 적용되는 농가·전문업체와 협력 생산 체계를 갖추고 HACCP 인증을 받는 등 품질적인 면에서 손색이 없었던 만큼 학교 급식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1년만에 학교 거래처가 400여개에서 1천여개로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할인마트와 SSM 진출을 위해 개체포장과 트레이 포장이 가능한 가공시설을 추가 투자했다. 터널 프리즈(tunnel freeze)가 그것인데, 이는 생닭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급속도로 냉각을 시켜 포장까지 신선을 유지시켜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2억원을 들여 워터칠러(water chiller·닭고기의 냉각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에 전용 제빙기를 설치, 닭의 신선도를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한강씨엠의 워터칠러(water chiller)는 닭의 육심온도(고기 속 온도)를 급속도로 떨어뜨려 선도를 유지시켜주는 장치다. 닭이 가장 신선한 육심온도는 영상 5℃ 이하로, 닭을 잡은 뒤 1시간 안에 5℃ 이하로 냉각시킬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업체는 한강씨엠이 유일하다.
이처럼 마트 등에도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함에 따라, 한강씨엠은 농수산유통점인 NS마트와 서수원농협의 G마크존에 납품을 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한강씨엠의 매출액은 지난 2000년 총 299억8천여만원에서 지난해 726억2천여만원 수준으로 2배를 훨씬 넘는 성장을 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00년 5천800만원 적자에서 지난 2008년 5억9천500으로 오른데 이어 2009년에는 44억5천만원으로 748%의 성장률을 보이는 쾌거를 달성했다.
■엄마처럼 자연을 품는다
한강씨엠의 대표 브랜드인 ‘자연품은’은 자연의 신선함을 품은 닭고기를 뜻한다. 엄마가 아기를 품듯 자연의 신선함을 품는다는 의미를 더하여 세상에서 가장 신선하고 안전한 닭고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강씨엠은 자체 사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종계에서 종란을 생산한다. 육계에게 먹이는 물도 수질검사와 정수를 통해 정화 사용하고 있으며, 천하제일사료를 사육단계별로 차별화 급여해 건강하고 안전한 육계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농장과 공장, 시장 등 ‘3장 통합경영’을 통해 1차 산업인 농업을 2~3차 산업화 된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의 경영구조를 갖추고 있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업계 현실에서 ‘농장은 시장의 중심이며 뿌리’라는 게 박 대표의 지론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강씨엠은 사육농가에 시설개선을 위한 자금과 사육 관리 등을 위한 기술·인력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한강씨엠의 또다른 강점은 공장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서울·인천·수원 등 국내 최대 수요처와 가까운 화성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빠른 제품운송 등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는 주문착오시에도 빠른 대응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지난 2009년 10월부터 거래처나 소비자에게 제품 발송 시 SMS 등으로 배송정보와 도착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배송물류 해피콜 고객서비스를 시작해 신뢰를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 대표는 “유통서비스의 최상은 제품을 빠른 시간에 소비자에게 전해주는 데 있다. 회사 입지가 주요 소비처와 가깝다보니 유류비 등 유통 원가는 낮추고 서비스의 품질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디디치킨, 양념 아닌 닭으로 승부
치킨프랜차이즈 ‘디디(DD)치킨은 한강씨엠의 다른 한축을 차지하고 있는 사업부문이다. 한강씨엠은 지난 2007년 디디치킨 프랜차이즈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에 프랜차이즈 94호점을 오픈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통상 도계사업은 단순한 계육 공급원에 한정된 경우가 많지만 한강씨엠은 이례적으로 도계전문업체이면서도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을 함께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디디치킨의 성공 이유는 신선한 재료를 빠른 시간안에 공급할 수 있는 데 있다. 디디치킨은 도계 전문업체의 특성을 잘 살려 아침에 도계된 닭을 즉시 양념 가공해 가맹점으로 보내는 ‘단 하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또한 가격면에서 월등히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다. 도계장에서 직접 닭을 우선 공급해 중간 마진을 없애는 등 유통구조를 개선해 가격의 거품을 뺐다는 점도 성공이유 중 하나다.
또한 최근에는 기존의 황토오븐이 예열 시간이 길고, 전기료가 많이 든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향후 개점하는 지점에는 일반 오븐을 도입해 에너지 절감을 추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생선은 별다른 양념 없이 매운탕을 끓여도 맛있다. 재료의 신선함이 그만큼 중요하다”면서 “다른 프랜차이즈는 닭보다 시즈닝이 맛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양념맛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도 즐거운 회사 “견학코스 만들 것”
한강씨엠은 근무분위기 향상을 위해 직원 복지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일하는 사람의 손에서 질 좋은 음식이 나온다는 박 대표의 철학 때문이다.
박 대표는 “그 전에는 한강씨엠은 투자를 꺼리던 회사였다. 와서 보니 근무환경을 바꿔야할 곳이 한두곳이 아니었다”고 한다. 화장실은 노후된데다 비위생적이었고, 직원들이 쉴만한 공간이 부족했으며, 식사시간이 되면 직원들이 구내식당 앞으로 줄을 서지만 대기 장소에 지붕이 없어 비가 오는 날이면 비를 그대로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노후화되고 비위생적이었던 화장실부터 개선했다. 그리고는 온돌이 설치된 직원휴게실을 확충하고 식당으로 가는 길목에 천막을 설치해 비를 피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한 헬스기구가 완비된 체력단련실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전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라 특별성과급을 지급해 실질임금이 매년 오르도록 체계를 갖추었다. 박 대표는 “평택 쌍용자동차 사태와 경제불황으로 많은 사람이 실직자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고용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직원 수를 126명에서 180명까지 늘려 고용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회사의 공장을 넓혀 공장 내에 도계에서부터 닭이 포장돼서 나오는 순간까지 보여줄 수 있는 견학코스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소비자들에게 육계산업에 대한 신뢰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도계장이 들어선다고 하면 지역주민들이 기피시설이라며 거세게 반대하고 나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도계부터 모든 가공 과정을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서 육계식품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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