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에서 CEO로… 김동남씨의 ‘희망찾기’
술에 쩔어 3년간 노숙생활
절망의 끝서 잡은 ‘희망의 끈’
두부공동체 일으켜 제2 인생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는 굳은 마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겪게 되는 절망의 순간이 있다.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인생을 허비하며 타인과의 교류가 전무했던 노숙인에서 당당한 자활공동체 대표로 환골탈태한 김동남 짜로사랑 대표(52).
그는 자활에는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CEO로 남들보다 격한 인생의 굴곡을 겪었다.
10대부터 술에 입을 대기 시작한 이후 20대에는 술이 없으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아보려 노력하기도 했으나 번번이 세상에 부딪치던 그는 IMF를 겪으며 정신없이 나락으로 떨어져 만취 후 오토바이 사고와 음독까지 절망의 끝을 경험하기에 이른다.
결국 이혼을 하고 자녀와도 생이별을 한 후 안산지역의 공원을 전전하며 술을 먹다 그대로 잠이 드는 노숙인이 된 그는 3년이라는 세월을 그렇게 공원 벤치에서 보냈다.
이후 건강을 잃고 노숙인 쉼터에 입소, 수원 해뜨는 집에서 자활을 위해 두부공장 사업에 동참했지만, 일이 끝나면 술을 다시 입에 대는 생활을 지속하며 수차례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2003년 5월, 술을 마시고 다섯번째 쓰러지면서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며 마음을 고쳐먹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잠을 줄이고 발로 뛰어가며 두부공동체 사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온힘을 쏟았다.
새벽에 두부를 만들고 집집마다 배달해주는 유통까지 직접 책임지고 해나가는 김 대표의 노력 덕분에 현재 취약계층을 포함한 13명의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사회적기업 짜로사랑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질적인 풍요 대신에 정신적인 만족을 추구하며 열심히 달려온 결과, 헤어졌던 자녀와도 다시 화해하고 재혼을 통해 새로운 인생도 꾸려가고 있다.
김 대표는 쉰이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실버타운이나 대안학교, 알코올·마약 중독자들을 위한 재활치료센터 등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그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는 게 작은 소망이다.
김 대표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역경이 닥쳐 포기하면 그때까지의 노력이 허무하게 부서져 버리지만 끝까지 해나가면 언젠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