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고조…국내 거주 일본인 '속앓이'

독도 망언·방위백서 도발… 깊어지는 반일감정

“독도 영유권과 관련한 일본 정치인들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저희들의 입장만 난처해 진 것 같아 유감입니다”

 

교환학생으로 수원의 K대학교에서 8개월째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고이즈미씨(가명·26·여)는 매달 2차례씩 나가던 ‘한국역사 공부 모임’에 참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울릉도 방문 의사를 밝힌 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모임 내에서 매달 정하는 토론 주제 역시 ‘독도 문제’로 결정,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주말마다 한국인들과 친분을 쌓을 기회를 잃은 채 반일감정이 누그러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인 아야씨(가명·38·여) 역시 난처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정치인들의 독도 관련 발언 이후 아들 K군(9)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일이 부쩍 잦아진 것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 불거질 때마다 난처…

 

무조건 따가운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특히 아야 씨는 아들이 ‘일본인 엄마 때문에 자주 놀림을 당한다. 엄마가 일본인인 것이 너무 싫다’는 내용의 일기를 쓴 것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일본 자민당 의원 3명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위해 울릉도 방문의사를 밝히는 사건과 관련, 반일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국내 거주 일본인 상당수가 고통을 겪고 있다.

 

7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 내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은 한국국적 미 취득자 3천800여명과 귀화자 200여명, 외국인 주민 자녀 1천여명 등을 합쳐 모두 5천여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반일감정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내 거주 일본인 상당수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고이즈미 씨는 “독도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일본인들 역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의원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처럼 치부되는 일이 많다”면서 “모두 다 일본의원들과 같은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닌 만큼 무조건 따가운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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