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전국 낙농가 집단 집유 거부

“원유 납품해봐야 사료값도 안 나와”

우유업계와 가격 협상 난항… 장기화 땐 ‘우유대란’ 현실화

 

“원유를 납품해 봤자 사료값도 안 나오니 차라리 목장을 그만두고 싶은 심정입니다”

 

낙농업계가 원유가 인상을 요구하며 집유를 거부한 3일 화성시 비봉면의 한 농장.

 

우사내 이곳 저곳에서 젖이 꽉 차 무거운 몸을 뒤척이는 소 40여마리의 모습을 살피던 목장주 성충모씨(53)는 답답한 심정으로 담배를 입에서 떼놓지 못했다.

 

성씨는 하루 1t 가량의 원유를 서울우유에 납유했지만 저평가된 원유가격을 견디다 못해 낙농협회가 주도하는 집유거부에 동참했다.

 

집유거부는 납유거부의 전 단계로 원유를 대형 유가공업체에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루 30kg정도의 원유를 생산하는 젖소 한 마리가 소비하는 사료·건초 값은 1만5천원 정도로 한 달이면 45만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젖소가 100마리 정도라면 송아지 등을 제외하고 착유가 가능한 소는 50여마리에 불과해 나머지 소들에 대한 사료 건초 값과 시설유지비용 등을 합하면 실제 소요되는 비용은 이보다 배 가까이 된다는 게 성씨의 설명이다.

 

사료 값은 지난 3년간 1만원에서 1만2~3천원대로 20~30% 올랐지만 송아지 가격은 100만원 정도에서 5만~10만원대로 90% 가량 하락했다.

 

50여마리의 소가 한 달에 생산할 수 있는 양은 4만5천ℓ로 원유 값을 700원으로 가정하면 3천150만원의 수입이 발생하지만 이로써는 농장 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게 농가의 주장이다.

 

인근의 화성, 평택 등 다른 목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화성에서 검다농장을 운영하는 이종찬씨(58)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젖소를 보유했던 연천의 한 목장주도 최근 목장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새끼 송아지 한마리 팔아 사료 5포대를 살 수 있는 가격인데 누가 농장을 하겠냐. 이대로는 국내 낙농업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낙농가들과 우유업계의 협상은 결렬돼 원유 공급에 차질이 우려된다.

 

도내 유통업계는 현재 우유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하지는 않고 소비자들도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우유 대란’이 일어날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합계 400∼500t가량의 우유가 정상적으로 공급됐으며 편의점 업계도 당장 물량 확보에 애로가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 역시 아직은 차분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홈플러스 북수원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는 냉장고에 우유가 통상적인 수준으로 진열돼 있었으며 이른 시간이라서 간혹 우유를 찾는 고객이 있었지만, 사재기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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