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RO 사업 철수’ 유통업계 “환영”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전량 매각…도내 중소업체들 모처럼 활기

LG·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동참 고려 기대감 확산

시화 공구상가에서 공구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52)는 대기업 MRO업체에 거래처를 뺏기면서 빚더미에 앉은 대표적 상인 중 한명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과 일부 대기업에 고정적으로 물건을 납품해 직원을 3명이나 쓸 정도로 사정이 괜찮았지만, 이제는 남은 거래처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사업이 쇠락했다.

 

모두 대기업들이 MRO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뒤 벌어진 일이다. 그래도 먹고살기 위해 MRO업체에 물건을 납품하고는 있지만, 10%를 간신히 넘기는 마진 중 7%를 MRO업체에 떼어주고 나면 생활비조차 남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던 이씨에게 어제 희소식이 들렸다. 삼성이 자회사인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을 매각키로 하면서 대기업들의 MRO시장 철수라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1일 삼성전자 10.6%, 삼성물산 10.6%, 삼성전기 10% 등 9개 계열사가 보유한 아이마켓코리아 지분 58.7%를 전량 매각키로 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매출의 83%가 삼성그룹 물량일 정도로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MRO업체로, 이번 삼성의 시장 철수조치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대기업 MRO업체에 시장 대부분을 빼앗겼던 도내 유통업체들사이에 국내 MRO 시장 구조가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의 MRO시장 철수로 LG와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시장 철수를 고려하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어 이미 폐업한 상인들까지 다시 유통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등 오랜만에 유통업계가 활력을 찾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 MRO업체에 물량을 공급해 온 화성시 A베어링 유통업체는 대기업들의 MRO 시장 철수가 본격화될 경우 자체적인 MRO업체를 설립, 베어링 조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양시 B문구유통업체도 삼성의 지분 매각을 계기로 대기업의 MRO사업 철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이달 말로 예정됐던 폐점을 미루기로 하는 등 도내 유통업체들의 기사회생이 줄을 잇고 있다.

 

유재근 한국산업용재협회 회장은 “삼성의 MRO시장 철수 조치에 대해서는 일단 업계 전체가 환영하는 분위기”라면서도 “아이마켓코리아 지분이 어디에 매각되느냐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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