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노인부양, 누구의 책임인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1.3%가 노인이다. 이중 경기도에는 전국 노인인구의 18.7%가 거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48.3%로 노인 2명중 1명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전체 노인 중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노인은 86.6 %에 달하지만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는 노인은 6%에 불과한 실정이다. 노인의 상당수가 아파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형편이란 뜻이다. 노인의 불안한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는 이밖에도 많다. 도내 노인무료급식소는 현재 131개소로 하루 평균 1만 6 천명이 급식을 하고 있다. 유독 점심을 많이 드시는 노인을 볼 수 있는데 이분은 식욕이 왕성해서가 아니라 아침, 저녁을 굶기 때문에 미리 많이 드시는 것이다. 집에 가면 누가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어르신들이다. 상습적으로 노인학대에 시달리거나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자살하는 노인은 10만 명당 109.6명으로 OECD국가 평균보다 8.3배이고 년간 교통사고 사망자수보다 많다.

 

이것이 무역규모 1조 달러시대 세계7대 교역국임을 자랑하고 조선, 반도체 철강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60여 개국에서 한강의 기적을 배우겠노라고 방문하는 대한민국 노인의 현주소다.

 

6·25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이제는 세계를 돕는 나라로 바뀌었다. 수 천년 동안 이어온 조상들의 찢어지는 가난에서 벗어나 이처럼 눈부신 도약과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60~70년대 새마을 정신으로 전 국민이 똘똘 뭉쳤으며 70~80년대 산업화를 바탕으로 경제발전에 총매진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주역들이 이제는 찬란했던 성장의 뒤안길에 홀로 서야 할 시점에 와있다. 베이비붐세대로 불려지는 55 년생부터 63년생까지 인구는 전국에 744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22.45 %를 차지하는 167만명이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경기도만 따지면 전체 도 인구의 14%가 이들 베이붐세대들이다.

 

이제 이 베이붐세대들이 앞으로 9 년 후면 과거 왕성했던 직업전선에서 완전히 퇴역하게 된다. 따라서 향후 9 년뒤 2020년에는 노인인구가 20%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며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닥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막연히 국가에서 알아서 해 주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경기도에서는 ‘건강100세 프로젝트’ 시행계획을 수립,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기초한 기초수급자 보호는 물론 노인들의 주거·의료시설확충과 무료급식지원, 재가노인돌봄센터운영, 노인자살, 학대예방사업, 노인일자리사업, 여가활동지원, 독거노인 신변위험 조기발견 시스템운영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이런저런 사유로 실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노인들을 위하여 60억원의 예산을 투입, ‘재가어르신 돌봄센터’를 전국 최초로 31개 시·군에 60개소를 설치·운영 중에 있다. 이분들에게 주간에 목욕, 외출동행, 빨래, 청소, 화장실 수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들은 대부분 장기요양 등급판정(1·2·3급)에서 제외되어 노인요양시설입소 및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등급판정 탈락자로 도내 2만여명에 이른다.

 

이 모든 시책은 경기도 단독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 노인복지시설연합회, 도노인일자리지원센터 등 노인관련 많은 단체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 노인은 버려지는 인생이 아니다. 컴퓨터를 모르는 현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소중한 꿈과 희망을 이끌어낸 역사의 산 증인들이시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지혜와 경험이 축척되어 있기에 과거를 미루어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소중한 인생경험을 거울삼아 적절히 활용하고 현실에 접목할 줄 알아야 한다. 이제는 이들의 노고를 국가에서, 사회에서 진솔한 마음으로 보살펴 주어야 할 때다.

 

조광오  경기도 노인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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